국가통계의 신뢰성에 의심을 받아온 중국이 이번에는 '마사지 통계'(좋게 보이도록 수치를 조작한 것) 논란을 자초했다. 국가통계국이 1월 물가상승률을 발표하면서 느닷없이 물가상승을 주도한 식품의 비중을 낮추고 주거 · 교육비 등의 비중을 높인 새로운 산출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1월 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낮은 4.9%로 나왔다. 이는 중국 정부에 매우 의미있는 숫자다.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4%대로 정했는데,새해 첫 달에 가까스로나마 목표를 달성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출 기준은 소비지출 구조에 따라 국가마다 다르다. 각국은 또 수년마다 비중을 조절한다. 선진국인 미국은 주거비 비중이 42.0%로 가장 큰 반면,식품비중은 13.7%에 불과하다. 인도는 주거비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식품비중은 60.2%나 된다. 그래서 중국이 이번에 33.0%였던 식품비중을 31.9%로 내리고 주거비 비중을 13.2%에서 17.4%로 높인 것을 '마사지했다'(영국의 텔레그래프)고 몰아붙이기는 쉽지 않다. 실제 국가통계국은 "경제수준에 비해 식품가격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조정한 것"이라며 "부동산 비중을 올리지 않았다면 물가상승률은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월 물가상승률이 5%를 넘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많은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과거 기준으로 따져보면 5.1%(월스트리트저널 추정)였기에 "정부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비중 조절에 나섰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리웨이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의 가계소비를 감안하면 식품비중은 33~34%가 오히려 적절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낮춘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중국 정부는 4%대의 목표 달성에도 불구하고 긴축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수치가 바뀌었다고 중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사실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야오웨이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지적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실을 덜 반영하는 통계로 인해 중국의 향후 정책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김태완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