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1주기(28일)를 맞아 무소유의 정신을 문자추상 미학으로 조명하는 이색 전시회가 마련된다. 캘리그라피스트 김성태 씨(43)가 오는 23일부터 3월8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펼치는 '법정 스님의 죽비 소리'전.이 전시회는 법정 스님의 책에서 발췌한 명언들을 문자 추상으로 형상화한 작품 30여점으로 꾸며진다.

김씨는 "법정 스님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 속에 들어있는 명언을 추려 서예로 형상화했다"며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워 준 스님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한 곳에는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추모 부스도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무소유 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전통적인 서예에 현대적인 주제와 기법을 어떻게 접목했는지도 보여준다. 작가는 평이한 서체와 변형된 글씨를 통해 '맑고 향기로운 삶'의 족적을 담아낸다. '독좌대웅봉(獨坐大雄峰)''원''청빈(淸貧)' 등의 작품에는 신선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느낌과 현대적인 미감,안빈낙도의 철학이 녹아있다. '문자도'와 같은 추상화에서는 익숙한 전통 서예 형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대상을 묘사하는 기법을 적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오현금 토포하우스갤러리 대표는 "법정 스님이 평생 견지해온 무소유의 행보를 작가의 독특한 문자추상으로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02)511-755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