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던 A씨(33 · 회사원)는 최근 계약을 갱신하며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는 2년 전 1억7000만원에 계약한 전용 41㎡ 오피스텔이 2억2000만원까지 올라 보증금 5000만원 대신 월세 50만원을 내는 '반(半)전세'를 택했다. 집주인은 새 계약서를 쓰면서 특약사항에 '월세 소득공제 및 현금영수증 포기'를 요구했다. A씨는 "집주인이 워낙 강경해 요구를 받아들였다"며 "전 · 월세난이 심화되면서 세입자 피해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영수증 신청하면 계약 못한다"

16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난으로 반전세가 확산되면서 임대 계약 때 월세 소득공제와 현금영수증 신청을 아예 차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잠실 아파트 전용 85㎡에 살고 있는 B씨는 3억8000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오른 전셋값 중 1억원을 월세 70만원에 재계약키로 집주인과 합의했다. B씨는 계약하면서 "월세 5만원을 낮춰 줄테니 현금영수증을 신청하지 말아 달라"는 집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B씨는 "현금영수증 신청 포기를 조건으로 월세를 낮췄다는 반전세 세입자가 주변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택 임대시장에서 반전세와 월세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한강로 Y부동산 관계자는 "대다수 집주인들이 소득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계약 때 서면이나 구두로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한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고 현금영수증을 신청했다 재계약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소득노출 피하려 특약 맺어

주택 월세는 지난해부터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무주택 세대주로 △전용 85㎡ 이하 거주 △연간 급여 3000만원 이하(비과세 소득 제외) △배우자 및 부양가족이 있으면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2009년 2월4일 이후 지급한 월세는 현금영수증을 받으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월세 공제나 현금영수증 공제를 받으면 집주인들의 월세 소득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9억원 초과 보유자나 2주택 이상인 자는 월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은 월세 소득공제 자료가 집주인의 소득 확인 자료로 쓰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소득 노출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특약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