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국가산업단지 정전사태가 17일로 한 달을 맞았다. GS칼텍스, LG화학 등 20여개 석유화학업체가 입은 피해액은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지식경제부가 이끄는 정부 합동 조사단은 정전 사태 직후 원인 규명에 착수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번에도 용두사미식으로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말이 없는 정부 조사단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 한국전기안전공사, 전력거래소, 한국전기연구원 인력 및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로 합동 조사단을 구성했다. 사고 이틀 뒤인 지난달 19일엔 현장을 방문,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정전이 20분 이상 이어지면서 업체들의 피해가 과거에 비해 컸던 점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조사를 주관하고 있는 지경부는 한 달째 말이 없다. 최형기 지경부 전기위원회 전력계통과장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끝날 때까진 밝힐 내용이 없다"며 "3월 초까지는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할 뿐이다. 지난 1월 말 내지 2월 초엔 결과가 나올 거라고 봤던 업계의 예상에 비해 한 달 이상 늦어지는 셈이다. 기업과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임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오히려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리고 있다.

◆늦어지는 원인 분석

관계자들 사이에선 원인 규명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실마리가 될 가스절연개폐기(GIS)가 타버려 조사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GIS와 케이블을 연결하는 케이블헤드 문제로 파악되지만 다 타버린 상태라 원인 파악이 힘들다는 얘기가 있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케이블헤드가 왜 탔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케이블헤드의 파손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한 사실상 사고 직후 한전 측이 내놨던 조사 결과에 비해 큰 진전은 없는 셈이다. 지경부 등에 따르면 이번 주에도 전문가 회의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헤드는 대개 고장전류가 유입될 때 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장전류는 케이블이 노후화되거나 외부 충격으로 끊어지는 등 전력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전류다.

◆조사 결과 발표 뒤 피해보상 요구

당사자들은 일단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 조사단의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고 이후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확보 필요성에 대한 업계 홍보를 늘리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 등 업체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여수산단에 정전이 이어지면서 악화된 지역 민심과 전기요금 인상 문제가 걸려 있는 한전의 상황 등을 고려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라 명확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똑 부러진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