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민계식 회장(69 · 사진)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민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CEO에서 퇴진하는 안을 의결했다. 다만 민 회장은 회장 직함을 유지하면서 조선 기술 관련 자문 및 대외활동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민 회장과 이재성 사장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민 회장은 등기이사에서는 빠지지만,회장직을 수행하면서 현대중공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회장은 그동안 한국 조선산업의 산증인이자 대표 전문경영인으로 꼽혀왔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0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선박해양연구소장,기술개발본부장을 거쳐 2001년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작년 3월부터는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민 회장은 학자형 CEO이자 CTO(최고기술책임자)로,현대중공업의 연구 · 개발(R&D) 수준을 글로벌 톱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써낸 기술보고서와 학술논문만 각각 80여편과 180여편에 달할 정도다. 직접 관여한 국내외 특허도 22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물러나는 민 회장과 작년 말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로 옮긴 오병욱 사장을 대신해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과 김외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장(부사장)을 각각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대중공업은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를 합쳐 총 7명의 이사진을 두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편호범 안진회계법인 부회장과 이철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를 추천했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11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 같은 이사진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주총에서는 정관 개정을 통해 의료용 로봇 제조 · 판매업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개발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로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