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흘 만에 다시 2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미국 소비지표가 기대에 못 미친 탓에 외국인이 다시 매도 규모를 확대한 데다 최근 저가 매수에 나섰던 자산운용사도 순매도로 돌아선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증시가 지난주와 같은 급락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당분간 상승 반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수 상승에 필요한 수급주체 · 모멘텀 · 주도주 등 3대 요소가 모두 안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부진에 투자심리 불안

코스피지수는 16일 21.41포인트(1.06%) 하락한 1989.11에 마감했다. 개장 초 2020선을 넘기도 했지만 60일 이동평균선(2026.96)에 막혀 부진한 거래 속에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오후 1시30분께부턴 하락세로 확실하게 방향을 틀어 1990선마저 내줬다.

전날 뉴욕 증시가 1월 소매판매 부진으로 하락 마감한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521억원)의 약 4배인 203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가 1.36% 하락한 것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약세였다. 올해 이익 모멘텀이 좋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정보기술(IT) · 은행주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날 증시는 외국인 기관 개인 등 3대 거래 주체가 모두 순매도인 보기 드문 모습이 연출됐다. 우정사업본부로 추정되는 국가기관만이 프로그램을 통해 2685억원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지수대에서 주식을 사면 오른다는 확신이 있어야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설 텐데 지금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불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때 8조원을 웃돌던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눈치보기 장세 속에 지난 15일부터 5조원대로 떨어졌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지난달 말 16조2600억원에서 이달 15일 14조4404억원으로 감소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어닝시즌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미국 경제지표도 최근 엇갈린 신호를 보여 수급 · 모멘텀 · 주도주가 모두 부족한 '3무(無)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통 지수가 단기 급락하면 하락폭의 50% 정도는 만회해야 투자심리가 회복된다"며 "이 기준에 비춰보면 코스피지수가 2050선은 넘어서야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그램 향방따라 출렁

주목할 만한 점은 이날 프로그램에서 2014억원 순매수가 유입된 것이다. 프로그램의 순매수는 지난달 21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낙폭을 키운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대목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프로그램 매도를 지속했지만 그동안 프로그램 매물을 던지던 국가기관이 매도 여력이 소진되면서 다시 매수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물 주식 매수세가 약해진 탓에 당분간 프로그램의 지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증시 상승에 '우군'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심 연구위원은 "인덱스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와 보험 등이 15일부터 저평가된 선물을 사고,현물을 내다파는 '스위칭 매매'를 시작했다"며 "인덱스펀드 규모를 감안할 때 운용사와 보험이 향후 1조원가량 프로그램 매물을 더 쏟아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 팀장도 "보통 2월 옵션만기일부터 3월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까진 전년 말 배당을 노리고 주식을 샀던 기관과 외국인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물을 쏟아낸다"며 "국가기관의 프로그램 차익 매수가 이런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이달 말까진 증시가 상승세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 팀장은 "2009년 이후 코스피지수 20일 이평선이 60일 이평선 밑으로 내려가는 중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현재 추세라면 이달 말이 돼야 지수가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