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장기 집권해왔던 대통령이 축출된 것을 계기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인접 국가들로 확산되며 정세가 요동치는 양상이다. 특히 이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북해산 브렌트유가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우리나라가 국제유가 기준으로 삼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100달러에 바짝 근접한 상황이다. 이들 지역의 정정불안이 단시일 내에 가라앉기 어렵고, 유가급등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큰 형편이고 보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동과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전략지역인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전량을 수입해 쓰는 원유의 경우 중동 의존도가 81.8%(지난해 물량 기준)나 된다. 전체 수출에서도 중동은 6.0%, 아프리카는 2.1%를 각각 차지해 이들을 합치면 일본 비중(6.1%)을 훨씬 넘는다. 특히 건설업은 전체 수주의 65.9%와 3.4%를 각각 중동과 아프리카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들 지역의 정세변화가 석유 수급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들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기존 전략을 재점검해 돌발 변수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 지역에서의 원유조달과 수출,수주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올해 목표인 무역규모 1조달러 또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른 신흥국으로의 진출 확대 등 시장 다변화를 적극 도모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급등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석유공사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당초 배럴당 80~85달러에서 90달러로 올렸지만 현대경제연구원 같은 민간 연구소에선 배럴당 110달러로 치솟아 4차 오일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원유 비축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해외유전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물가 불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추가상승 압력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