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대출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일부 손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금융회사가 DTI를 적용해 대출할 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뿐만 아니라 유 · 무형 자산 등에 따른 소득도 반영해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16일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현재의 DTI 제도로는 개별 가계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소득뿐 아니라 자산과 유 · 무형의 자산에 따른 소득 등을 반영해 상환능력을 객관화할 방법이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시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현재의 DTI 규제가 대출자의 자산은 고려하지 않아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다만 "소득 외에 다른 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모든 가계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단정적으로 DTI 적용 기준을 바꿀지 여부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DTI 규제를 사실상 완화하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또 가계부채 증가 억제와 부동산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3월 말 끝나는 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지 않는 대신 자산이 많은 사람에겐 대출 한도를 늘려주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정 국장은 이에 대해 "제도를 바꾸더라도 사람에 따라 규제 완화인지 강화인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DTI 규제 내용을 일부 바꾸는 것은 DTI의 한시적 규제 완화 연장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며 "DTI 완화 연장 여부는 2,3월 이사철 동향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DTI 제도를 개선한 뒤 DTI 규제 완화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통한 전세난 해소가 우선 과제라고 판단한다면 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면서 DTI 내용도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가계부채 억제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DTI는 환원하되 소득 이외의 상환능력을 추가로 반영해 매매를 일부 활성화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지난달 가동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DTI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하고,다음 달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방침이다. TF는 현재 △가계부채 규모 및 증가속도 관리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 제고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강화 △취약계층 금융지원방안 등을 집중 검토 중이다.

한편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예보기금 내 공동계정 설치와 관련해 정 국장은 "업계의 한시적 도입 요구에 대해 공동계정을 도입한 후 구조조정이 완료된 시점에서 공과를 평가한 뒤 (공동계정의) 폐지 여부를 검토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처음부터 '일몰제'로 운영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 ratio.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가 개인의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이고 DTI가 40%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대출액이 제한된다. 투기지역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DTI 40% 적용)를 제외한 지역의 9억원 이하 주택은 오는 3월까지 DTI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