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포인트’를 이용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최대 50만원 할인받는 신용카드가 나오는 등 카드사들의 시장쟁탈전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국민은행에서 분사해 다음달 2일 출범하는 KB국민카드는 다양한 신상품과 서비스를 앞세워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KT도 비씨카드를 인수해 모바일결제시장에 뛰어든다.우리은행과 농협도 카드사를 독립시켜 카드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전업 카드사인 삼성카드는 사장을 교체해 업계 2위 탈환에 나섰다.롯데카드도 업계 2위 진입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금융상품에도 선(先)포인트 할인

KB국민카드는 ‘선(先)포인트’ 개념을 도입한 ‘KB국민금융포인트리카드’에 대한 약관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16일 승인받았다.KB국민카드는 다음달 2일 출범과 동시에 이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국민은행에서 1억원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신규로 받을 때 이 카드를 이용하면 50만원을 먼저 할인받을 수 있다.대출금액이 1억원 미만이면 30만원 할인된다.할인받은 돈은 카드를 사용할때 쌓이는 포인트로 상환한다.

선포인트를 활용한 금융상품이 나오기는 처음이다.카드사 입장에선 이용자가 할인금액을 되갚을 때까지 일정액 이상 카드를 써야 하기 때문에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2004년 현대카드가 현대 · 기아자동차를 구입할 때 20만~50만원을 먼저 할인해주는 선포인트 카드를 최초로 출시했다.

그동안 선포인트 할인은 금융상품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포인트 제공이 '경품 제공'으로 인식됨에 따라 과당경쟁을 유발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KB국민카드에 이를 허용함에 따라 비슷한 상품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는 2009년 신한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포인트로 할인받는 세이브카드 출시를 검토했다가 당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포기했었다. 그런 만큼 신한카드를 비롯해 은행계 카드사들도 계열사 금융상품과 연계하는 다양한 선포인트 상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KB국민카드발 혁신 마케팅 통할까

KB국민카드는 출범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먼저 '와이즈카드'를 신상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주유 쇼핑 외식 등 10개 업종 중 카드 사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업종을 분석해 자동적으로 포인트 혜택을 주는 카드다. 최기의 KB금융지주 카드사설립기획 단장은 "고객의 사용에 카드사가 맞춰 혜택을 주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이용자가 사용하지 않아 소멸되는 포인트를 카드 이용자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동현 KB금융지주 카드사설립기획 부단장은 "소멸을 앞둔 포인트를 고객에게 현금으로 돌려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가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유효기간(5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소멸되면서 챙긴 포인트 잔액은 800억원에 달한다.

◆카드사 간 경쟁 치열해질 듯

KB국민카드 출범을 계기로 카드업계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씨카드를 인수키로 한 KT는 곧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신청을 통해 비씨카드 최대주주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T는 비씨카드의 고유 영역인 결제서비스에 관심이 많아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으로 그동안 지체됐던 우리은행의 우리카드 분사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 역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NH카드를 분사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외환카드를 하나SK카드와 합병할 예정이다. 두 카드사를 합치면 시장점유율이 8%에 달해 시장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기존 카드업체들의 시장 지키기도 만만치 않다. 삼성카드는 최치훈 사장 취임 후 영업 조직을 재정비하고 2위 탈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카드 역시 수년 내 업계2위 진입을 목표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