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당국 "범인 혈액, 비디오 자료 분석 결과"

지난달 말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모스크바 외곽 도모데도보국제공항 자폭 테러범으로 확인된 러시아 남부 잉구세티야 자치공화국 출신의 청년 마고메트 예블로예프(20)는 다량의 마약을 복용한 채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인터넷 뉴스 통신 '라이프 뉴스(Life News)'가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보안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예블로예프가 도모데도보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자폭할 때까지의 행적을 포착한 20여 대의 공항 감시 카메라 자료와 현장에서 채취한 테러범의 혈액 분석 등을 통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테러범은 범행에 앞서 1시간 8분 동안이나 터미널 안을 배회하다 끝내 폭발물 단추를 눌렀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예블로예프는 범행 당일인 지난달 24일 오후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타고 와 공항 터미널 두 번째 출입구 근처에서 내렸다.

보안 당국은 테러 주모자들이 공항까지 오는 도로에서 교통경찰의 검문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경찰관들이 잘 세우지 않는 최고급 승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후 3시 24분 예블로예프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와 대합실 입구에 설치돼 있던 금속탐지기와 경비원을 피해 왼쪽으로 방향을 튼 뒤 입국장 방향으로 걸어갔다.

외투 아래 배부문이 자폭 벨트 때문인 듯 불룩하게 나와 있었지만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입국장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 그는 계속해서 대합실 안을 오가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혹 자폭을 실행하려는 듯 군중 속에서 멈춰 서기도 했으나 곧바로 폭발물을 터뜨리진 않았다.

이후로도 계속 대합실을 배회하던 그는 오후 4시 21분 마지막으로 입국장 카메라에 포착됐고 그로부터 11분 뒤 끝내 폭발물로 채워진 자폭 벨트의 작동 버튼을 눌렀다.

보안 당국 관계자는 현장에서 채취한 예블로예프의 혈액에서 코카인, 마리화나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많은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는 누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현실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이 소식통은 지적했다.

예블로예프가 강한 마약으로 인한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설명이었다.

연방보안국(FSB) 관계자는 통신에 "무슬림들은 자살을 하면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웬만해선 그 길을 택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테러범에게 마약을 다량 투입해 환각 상태에 빠졌을 때 자폭 명령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블로예프가 사전에 폭발물 취급 요령을 숙지하기 위한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테러 약 2개월전 쯤 훈련 과정에서 잘려 나간 것으로 보이는 손가락 3개의 상처가 막 아물고 있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