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가입금액이 500만원인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등장하는 등 자문형 랩 상품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자문형 랩 상품에 적립식 펀드의 개념을 결합한 적립식 랩 '빌드업(Build-up) 랩'을 출시하고 18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이 랩 상품은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꾸준히 적립금을 납입해 주식매수 단가 하락 효과를 노린 것이 특징인 상품이다.

특히 최초 가입 시 500만원 이상, 매월 50만원 이상 자유적립식으로 추가 불입이 가능하다는 점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국내 자문형 랩 상품의 최저 가입금액이 30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500만원대 최저 가입금액은 파격적인 것으로, 소액 투자자들도 자문사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도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랩어카운트 상품 중에는 적립식 랩 상품이 나와 있지만 적립식 자문형 랩 상품은 최저 가입금액이 1000만원인 삼성증권의 '세이브업 포트폴리오'에 이어 두번째다.

다만 상품수수료가 연 2.5%로 1.5% 전후인 적립식 펀드에 비해 다소 높고,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기존 자문형 랩과 달리 장기 성장성을 노리는 안정형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해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민병훈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차장은 "기존 자문형 랩은 추가 불입이 불가능했지만 이번 적립식 랩 상품은 매월 50만원씩 가능하다"며 "매매 회전율을 최소화하고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국내 주식에만 집중하는 압축포트폴리오 랩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채권 등에 투자해 위험 관리에 나서는 '랩오브랩'이나 해외 자문형 랩, 하이브리드 랩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등에 나눠 투자하는 랩오브랩(Wrap of Wrap) 투자상품을 선보였고, 삼성증권은 핵심 종목 10~15개에 집중 투자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ETF(상장지수펀드) 등 시장 추종형 상품도 일부 편입해 소수 종목 집중투자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랩인 '투스타즈(Two Stars) 포트폴리오'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 증권사는 또 중국의 화샤기금, 미국의 레그메이슨 등 현지 운용사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들의 자문을 받는 해외투자 자문형 랩과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화샤기금은 1998년 중국 현지에 설립된 최초 자산운용사로 운용자산이 2309억위안(약 40조원)에 달하는 중국 1위 운용사다.삼성증권은 조만간 중국주식 자문형 랩, 글로벌 공모주 청약신탁,화샤기금 역외펀드를 판매할 예정이다.미국 시장 파트너인 레그메이슨과도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기존 자문형 랩 상품의 '쏠림현상'을 막고, 소액 투자자들도 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랩 상품이 다양화 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자문형 랩 상품의 최저 가입금액이 너무 낮아질 경우 일대일맞춤형서비스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