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 스스로가 가장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하는 정치인라는 사실을 부인해 온 게 지난 3년간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당청 및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 "한나라당에도 일정 권한과 자율성을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윽박지르는 모양새였다"며 "야당에 대해서도 수적 우위로 밀어붙일 뿐 전혀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게 정국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연초 신년좌담회에서 언급한 영수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연평도 피격과 같은 국가적 중대 사태가 발발했을 때가 오히려 적기였는데 늦어졌고 그나마 신년좌담회에서 언급 이후 야당에 명분을 주지 않았다"며 청와대에 1차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신율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정치는 없었고 통치만 있었을 뿐"이라고 평했다. 신 교수는 "정치가 효율적이진 않지만 사회 내 이해집단 간 갈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며 "이 대통령은 정치를 너무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기업,시장,시민사회 등의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든 것을 파워게임의 틀에서 볼 게 아니라 상대의 얘기를 듣고 이해를 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이 제기한 개헌론은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행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권력 집중에 따른 폐해는 이 대통령 통치 3년간 가장 심각하게 드러났다. 그러면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4대강,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들은 모두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정치 자체를 백안시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금이라도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과도 직접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