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조각가 아리스티드 마욜은 말년에 열다섯 살 소녀 디나 비에르니를 만나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그녀의 당당하고 풍만한 나체가 역동적인 자세로 누워 있는 조각상이 바로 마욜의 작품 '강'이다.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슈는 임종 직전의 아내를 그린 후 10년이 흐른 뒤 물 위에 뜬 채 후광을 받고 있는 여자의 그림에서 아내의 얼굴을 되살렸다.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한 들라로슈의 그림 '젊은 순교자'의 여인이 바로 그의 아내다.

벨기에의 상징주의 화가 페르낭 크노프가 그린 몽환적이고 에로틱한 이미지의 누이동생 초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낳기도 했다.

《사랑을 그리다》는 40명의 서양화가들이 그린 초상화를 예술가와 모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해설한 책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정부(情婦)와 배우자 등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연인들은 그들의 모델이 되기 일쑤였다. 예술작품을 통해 이들은 불가사의한 존재나 초현실적인 인물이 되기도 하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뮤즈로 등극하기도 했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연인을 찬미하고 그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후세 사람들이 자신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렘브란트,샤갈,밀러,고흐,로댕,피카소 등 친숙한 예술가들의 명작을 마음껏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