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털 거위털 토끼털 등 겨울 의류의 원자재 가격이 1년 사이에 최대 2배 이상 올랐다. 겨울 원자재는 4~7월이 성수기이고 1~3월은 비수기이지만,이상기후로 패션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다운제품 추가 생산에 들어간 데다 내년 물량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에서 출시한 다운재킷 30여종은 판매율이 모두 90%에 달했다.

17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오리털(가슴솜털 80%,깃털 20%) 국내 도매가격은 ㎏당 4만4000~4만5000원으로 지난 2월 2만5000~2만6000원에 비해 80%가량 뛰었다. 털을 세척 · 가공하기 전인 중국산 원모 수입가격은 2009년 6~7월 ㎏당 70센트로 저점을 찍었다가 지금은 4.3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거위털 가격도 20~30%가량 올랐다. 중국산 구스다운(거위털 90%) 국내 도매가격은 1년 전 ㎏당 5만7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36.8%,헝가리산 구스다운(거위털 90%)은 ㎏당 8만8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9.3% 상승했다.

국내 원피업체가 수입하는 스페인산 토끼털 가격은 1년 전 플레이트(가로 24인치,세로 48인치)당 2만원에서 4만2000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이는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리털과 거위털은 오리와 거위의 식용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배농가가 축소된 반면,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에서 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도 웃돈을 주더라도 일단 물량을 확보하려는 상황인 데다 중국 위안화 절상으로 원모가격이 더 올랐다"며 "통상 오리털과 거위털 가격은 12월과 1~2월이 약세인데 물량이 없다 보니 가격이 떨어져야 할 시기에 오히려 올라 성수기 개념도 희박해졌다"고 설명했다.

태광물산 관계자는 "여성복과 남성복에 두루 쓰이는 토끼털은 중국 내수가 늘어나면서 사재기 움직임마저 일어나고 있다"며 "통상 7~8월 가격이 가장 비싼데 지난해 7~8월 ㎏당 3만원이던 것이 11월 4만원에 이어 지금은 4만2000원 선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