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쌈짓돈…집 짓고 보육사업 '돈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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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규모 작년 말 323조…정치권, 복지 내세워 '압박'
정부부처도 각종 사업에 사용…예산보다 타내기 쉬워
정부부처도 각종 사업에 사용…예산보다 타내기 쉬워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작년 말 기준 323조원으로 한 해 예산 규모를 넘어서면서 정치권을 비롯해 각 부처에서 연금 기금을 가져다 쓰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때로는 수익률이 다소 낮은 사업이라도 '공공성을 생각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해야 할 일을 연금으로 대신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세대란 해법으로도 등장
대표적인 것이 복지투자 강화론이다. 보육시설 확충,공공임대주택 건설,저신용자 대부사업 등 갖가지 명분의 공공사업에 연기금을 투자해서 국민들의 복지 수준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국민연금 복지사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해 국 · 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공단의 복지사업 실적이 3년간 전무하다"며 "공공성을 가진 국민연금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전세대란이 벌어지는 등 주택난이 심각하자 이에 대한 해법으로도 국민연금이 등장하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최근 공공임대주택을 늘리자고 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 중심으로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고 정부가 합리적인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며 국민연금 개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예산 타기는 어렵고 연금은 쉽고?
정부 부처들도 각종 사업에 국민연금을 끌어다 돈을 대기 위해 애쓴다. 예산 따내기보다 쉽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작년 말 발표한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연기금의 자원개발 투자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실제 총리실 등이 관여해 국민연금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수년째 자신들이 운영하는 '연기금 투자 풀'에 국민연금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연기금 투자 풀은 연금 · 기금들에 모인 돈을 한데 모아 위탁투자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형 투자은행(IB)의 육성을 강조하면서 "공적 연기금이나 사모펀드(PEF)의 역할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 등 주요 민영화 대상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압력이 여러 경로로 들어간다.
◆장관이 '정치권 요구 많다' 압박까지
국민의 돈을 지키고 불려야 할 복지부와 연금공단이 먼저 선심성 발언들을 쏟아내는 '대리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은 작년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복지부문 투자가 2009년에는 0.1% 됐는데 연말까지 좀 늘어나느냐"며 "지금 국회가 열리면 계속 '1%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국회의원들의 집중적인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보육시설 투자 등 어떤 부문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연구센터 소장은 "국민연금도 국채와 마찬가지로 부채 덩어리이며,지금 이 돈이 늘어난다고 해서 써 버리면 결국 적립금이 금방 고갈되고 젊은층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전세대란 해법으로도 등장
대표적인 것이 복지투자 강화론이다. 보육시설 확충,공공임대주택 건설,저신용자 대부사업 등 갖가지 명분의 공공사업에 연기금을 투자해서 국민들의 복지 수준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국민연금 복지사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해 국 · 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공단의 복지사업 실적이 3년간 전무하다"며 "공공성을 가진 국민연금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전세대란이 벌어지는 등 주택난이 심각하자 이에 대한 해법으로도 국민연금이 등장하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최근 공공임대주택을 늘리자고 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 중심으로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고 정부가 합리적인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며 국민연금 개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예산 타기는 어렵고 연금은 쉽고?
정부 부처들도 각종 사업에 국민연금을 끌어다 돈을 대기 위해 애쓴다. 예산 따내기보다 쉽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작년 말 발표한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연기금의 자원개발 투자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실제 총리실 등이 관여해 국민연금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수년째 자신들이 운영하는 '연기금 투자 풀'에 국민연금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연기금 투자 풀은 연금 · 기금들에 모인 돈을 한데 모아 위탁투자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형 투자은행(IB)의 육성을 강조하면서 "공적 연기금이나 사모펀드(PEF)의 역할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 등 주요 민영화 대상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압력이 여러 경로로 들어간다.
◆장관이 '정치권 요구 많다' 압박까지
국민의 돈을 지키고 불려야 할 복지부와 연금공단이 먼저 선심성 발언들을 쏟아내는 '대리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은 작년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복지부문 투자가 2009년에는 0.1% 됐는데 연말까지 좀 늘어나느냐"며 "지금 국회가 열리면 계속 '1%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국회의원들의 집중적인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보육시설 투자 등 어떤 부문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연구센터 소장은 "국민연금도 국채와 마찬가지로 부채 덩어리이며,지금 이 돈이 늘어난다고 해서 써 버리면 결국 적립금이 금방 고갈되고 젊은층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