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ㆍ아현…조합-건설사 '분양가 신경전'
"3.3㎡당 2100만원은 받아야 한다. "(왕십리뉴타운 2구역 조합) "3.3㎡당 2000만원을 넘기면 미분양이 생겨 조합원들이 손해볼 수 있다. "(시공사)

일반 분양을 앞둔 서울 재개발구역에서 분양가 줄다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조합 측은 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려는 반면 시공사들은 주변 시세 안팎으로 책정해 분양을 빨리 끝내야 조합원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일반분양 물량 중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적지 않다"며 "상한제 미적용 아파트들은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분양가 책정에 골머리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용산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 왕십리 · 아현 · 흑석뉴타운 등 유망 재개발구역에서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지역 주요 뉴타운 조합들은 일반분양가를 3.3㎡당 2000만원 이상 책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합원 간 내분과 건설경기 침체 등에 따른 사업 지연으로 사업비가 늘어 조합원 분담금이 만많치 않은 탓이다.

왕십리뉴타운은 최근 조합과 시공사 간 분양가 이견 절충이 시작됐다. 올해 일반분양 예정인 용산국제빌딩4구역은 분양가 책정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조합은 3.3㎡당 4000만원 전후의 분양가를 원하지만 시공사들은 3600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전농 · 답십리 뉴타운 내 2397채 초대형 단지인 전농7구역도 시공사(3.3㎡당 1600만원대)와 조합(1700만원대)의 시각차가 크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본격화하면 분양가를 높이려는 조합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 10월 말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분양가 논란이 적다. 내달 초 분양 예정인 옥수12구역은 3.3㎡당 1800만~1900만원대로 예상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조합원 물량 호가가 3.3㎡당 2300만원이어서 동북향 일부 물량을 제외하면 무난히 분양될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다음 달 분양 예정인 불광4구역은 3.3㎡당 1500만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될 전망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다 중소형이 대부분이어서 청약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장단점 확인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주변보다 저렴한 수준에 공급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토지비에 국토해양부가 정한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가 산정되는 까닭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서울지역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공급가는 주변보다 확실히 낮지만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수도권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도 주변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전매 제한(85㎡ 이하 3년, 85㎡ 초과 1년)이 적용돼 단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용산 한강로 S공인 관계자는 "문배동에서 최근 분양된 아파트가 전매제한으로 인해 미분양이 많이 발생했다"며 "분양가가 특별히 싸지도 않으면서 전매제한만 있으면 미분양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