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전국적인 확산에 따라 돼지고기 등 농 · 축 ·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의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의 '2011학년 학교급식 식재료 시장조사 가격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친환경 돼지 뒷다리'는 1㎏당 평균 1만55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8550원)의 1.8배 수준이다. 친환경 닭고기는 1㎏짜리 한 마리에 평균 1만900원으로 지난해(8125원)보다 23.3%가량 올랐다. 김치는 1㎏당 평균 4670원으로 작년(3460원)보다 34%가량 인상됐고 각종 과실류와 수산물도 한파로 인한 작황 부진과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진흥원 측은 "구제역 및 AI 등 가축전염병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따라 신선식품지수가 지난달에 비해 2.8%,작년 2월보다는 33.8%나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초등 1~4학년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서울시교육청이 목표했던 수준의 급식을 제공하려면 예산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청은 올해 무상급식 예산으로 1162억원을 편성했으며 학생 1인당 급식단가는 2457원으로 정했다. 이 중 운영비 등을 제한 순수한 식재료비는 2222원가량이다. 여기에다 각 자치구가 추가로 지원하는 무상급식 단가가 자치구별로 최대 400원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이어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구의 경우 급식의 질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성북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모든 품목이 예년과 달리 폭등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특히 날씨에 민감한 친환경 농산물은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급식을 제공하려면 친환경 급식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