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모건스탠리…한국 주식 비중 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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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매도차익거래 주도…작년 10월에도 1조 '증발'
주식 매수 없이 청산 땐 증시 수급에 '악재'될 수도
주식 매수 없이 청산 땐 증시 수급에 '악재'될 수도
모건스탠리증권 창구를 통해 최근 매도차익 거래를 위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증시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매도차익 거래란 선물이 현물보다 저평가됐을 때 값싼 선물을 사고,비싼 현물을 팔아(프로그램 매도) 무위험 차익을 얻는 거래를 뜻한다. 이때 나온 프로그램 매도 물량은 만기일 이전에 다시 프로그램 매수로 유입되면서 청산된다. 현물시장 입장에서는 '매도차익 잔액 증가=잠재적인 매수세 증가'란 등식이 성립한다.
그러나 창구가 모건스탠리라면 문제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작년 10월 모건스탠리를 통해 쌓인 매도차익 잔액 1조원가량이 프로그램 매수 없이 갑작스레 증발해버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건스탠리를 통한 매도차익 잔액이 작년 10월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경우 증시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매도차익 거래 주도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200 지수선물 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백워데이션 현상이 빈발하면서 지난 9일부터 매도차익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이때를 전후해 조정을 받은 데는 매도차익 거래도 한몫했다.
매도차익 거래를 주도하는 창구는 모건스탠리다. 9일부터 늘어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차익 잔액 2220억원 중 94%에 달하는 2085억원이 모건스탠리를 통해 나왔다.
국내 증시에서 모건스탠리는 '11 · 11 옵션쇼크'의 창구로 이용된 도이치증권과 더불어 차익거래의 '양대산맥'으로 통한다. 차이가 있다면 모건스탠리는 매도차익 거래 창구로,도이치증권은 매수차익 거래 창구로 활용돼 왔다는 점이다. 이런 관행에 비춰보면 최근 흐름은 크게 이상한 것은 없다.
문제는 작년 10월7일까지 모건스탠리를 통해 쌓였던 매도차익 잔액 1조644억원이 불과 5거래일 뒤인 10월14일엔 148억원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원래 매도차익 잔액이 청산되려면 그 금액만큼을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다시 주식을 사야 하는데,이런 과정 없이 사라진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전략 변경에 따라 매도차익 잔액이 해소됐다"고만 한국거래소에 신고했다.
◆한국 주식 비중 축소 전략인가
모건스탠리의 이 같은 거래는 물론 불법은 아니다. 관건은 모건스탠리가 언급한 '투자전략의 변경'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매도차익 거래(현물 매도+선물 매수)에 진입할 때 '현물 매도'가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였다면,선물 매수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만으로는 매도차익 잔액 해소가 불가능하다. 공매도를 했다면 언젠가는 주식을 다시 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현물 주식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은 유지하면서 다른 제3국의 주식을 사는 '롱쇼트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그러나 "현재 국내 증시에서는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이런 전략을 구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둘째,매도차익 거래에 진입한 주체가 실제로 보유하고 있던 현물 주식을 팔고 선물을 샀다면,그냥 선물만 팔고 매도차익 잔액이 해소됐다고 신고해도 투자자 입장에선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처음에는 차익거래 목적으로 매도차익 거래를 시작했는데,중간에 한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쪽으로 전략이 바뀌어 현물 주식은 되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두 번째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매도차익 잔액은 '대출금'과 비슷하다. 당장은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심 연구위원은 "모건스탠리의 매도차익 잔액이 앞으로 계속 증가한 뒤 작년 10월처럼 프로그램 매수 없이 청산된다면 증시 수급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