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양치기 소년이 돼 가고 있습니다. "(증권사 관계자)

이슬람 채권(수쿠크)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가 또 지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수쿠크법안 처리를 놓고 반대의견이 형성돼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개정 반대를 주도했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와 관련,정부가 대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가세했다. 이 개정안은 수쿠크에도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같은 비과세 혜택을 주자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2009년과 작년 말 두 차례 법 개정 시도가 다른 투자상품과의 형평성,테러자금화 가능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증권업계는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A증권 관계자는 "2008년부터 말레이시아와 중동의 금융회사 담당자들에게 이번에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다"며 "담당자들은 '말로만 된다 그러지 말고 실제 채권을 가지고 오라'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B증권 관계자는 "수쿠크 발행으로 지불한 돈이 테러자금으로 쓰이는 게 걱정이라면 중동국가에서 석유 수입은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 수쿠크(Sukuk)

이슬람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현지에서 발행하는 채권. 이자를 주고 받는 것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어긋나지 않게 만들어진 채권이다. 이자 대신 부동산 임대료,수수료 등을 통해 투자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