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적립식 랩' 판매…운용사 "우린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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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국투자·현대증권, 적립식 가미 상품 잇따라 내놔
운용사 "규제 형평성 문제" 반발
운용사 "규제 형평성 문제" 반발
증권사들이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경쟁에 이어 적립식 자문형 랩까지 선보이고 있다. 삼성 · 한국투자 · 현대증권은 자문형 랩에 적립식 펀드처럼 만든 자문형 랩을 최소 가입조건까지 완화해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이 펀드를 외면하고 자문형 랩 판매에 주력하자 자산운용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자문형 랩이 점차 펀드나 다름없는 상품으로 바뀌고 있어 규제도 비슷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치열해지는 자문형 랩 경쟁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이 지난 14일 자문형 랩 수수료를 절반으로 내린 데 이어 17일에는 SK증권이 연 2% 수준이었던 수수료를 0.99%로 내렸다. 우리투자증권이 함량 미달 자문사의 랩 상품을 정리하는 등 자문형 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펀드와 유사한 적립식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8일부터 브레인과 한국창의의 자문을 받아 적립식으로 운용하는 '빌드업 자문형 랩'을 판매한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달 28일 최초의 적립식 자문형 랩인 '세이브업 포트폴리오'를 출시했다. 현대증권도 오는 28일부터 최소가입금액과 수수료를 대폭 낮춘 자문형 적립식랩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우증권은 이달 말 수수료가 누적 금액에 따라 차감되는 적립형 랩을 출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도 비슷한 형태의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립식 자문형 랩은 한꺼번에 목돈을 넣는 부담을 줄이고 적립식 펀드의 장점인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를 더한 상품이다. 자문형 랩 시장은 2009년 말 8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7조2000억원대로 커졌지만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운용 스타일 때문에 기대 수익률만큼 위험도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올해 국내 증시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적립식 투자로 리스크를 줄이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우린(운용사) 뭐 팔라고"
증권사들이 적립식 자문형 랩까지 내놓자 자산운용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A자산운용 사장은 "개별 계약에 의해 고객들에게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랩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다"며 "소액 적립식 자금까지 랩으로 끌어들이면 주식형펀드와 다를 게 뭐냐"고 반문했다. B자산운용 사장도 "운용 행태나 가입자 성향을 보면 99.9% 펀드와 같아졌다"고 지적했다.
펀드와 자문형 랩 간 규제 형평성에 대한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공모펀드는 종목당 편입비율이 펀드 자산의 10%를 넘을 수 없고 정보공개 제한,개별자산 편입 제한 등 여러 규제가 있는 반면 자문형 랩은 자유롭다. C자산운용 사장은 "자문형 랩은 집합주문을 통한 운용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펀드 운용과 차이가 없지만 규제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펀드의 경우 상품을 출시할 때 증권신고서 제출 등으로 인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반면 자문형 랩은 포괄계약 이후 별도의 규제가 없어 펀드에 비해 우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이 펀드 운용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업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강현우 기자 ceoseo@hankyung.com
◆ 코스트 애버리징
cost averaging.평균 매입단가 하락.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 펀드 내 주식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가리킨다. 매입단가를 낮추면 주가가 처음 가입할 때만큼 회복되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적립식 투자는 큰 금액을 한꺼번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