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63)은 범LG가의 양대 가문 가운데 한 축인 허씨 일가를 대표하는 경영인이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1995년 구본무 LG 회장과 함께 LG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섰다. 허씨 일가의 대표 역할을 수행하며 LG그룹을 일군 허 회장은 2004년 LG와의 계열분리를 통해 GS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올해 출범 7년째를 맞는 GS그룹은 자산순위 기준 재계 7위다. 사촌형인 허동수 회장이 이끄는 GS칼텍스를 비롯해 에너지와 석유화학,유통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계열분리 당시 18조7000억원이었던 자산 규모는 2009년 말 기준 43조원으로 130% 증가했다. 매출 규모도 23조1000억원에서 52조원으로 125% 불어났다. 현재 7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허 회장은 경남고와 고려대 경영학과(67학번)를 나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61학번)의 고려대 경영학과 6년 후배다.

외모에서부터 경영 스타일까지 고 허준구 명예회장을 쏙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일이 업무에 간섭하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믿고 맡기는 타입이며 중요 사안에 대해서만 방향을 제시하는 '선이 굵은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장단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의 의견을 모두 경청한 다음에야 입을 뗀다. 그가 '입보다 귀가 더 많이 열린 CEO'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그는 남에게 관대하지만 자기관리에는 철저하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은 골프 라운딩 중에서도 나타난다. 동반자들에겐 'OK'(컨시드) 주는 것에 관대하지만 정작 자신은 'OK' 받기를 거부하고 끝까지 신중하게 퍼팅한다.

허 회장에게는 비서실은 물론 비서팀도 따로 없다. 과장급 수행비서 한 명이 스케줄을 챙길 뿐이다. 출장도 수행비서 없이 혼자 훌쩍 떠나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와 첨단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은 감성 경영인이란 얘기도 듣는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명한 오페라 공연은 부인과 함께 꼭 챙겨본다. 휴대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팝그룹 '아바'의 노래가 가득하다. 해외출장 중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전자제품 매장을 꼭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