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개월 연속 0.4% 상승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 탓이긴 해도 물가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 통화당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미 노동부는 1월 C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상치(0.3%)를 웃돈 것이다. 지수 상승의 70%가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0.2% 상승하며 2009년 10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근원 CPI 구성 항목 중 의류비와 항공요금이 각각 1%와 2.2% 올랐다. 반면 신차 가격과 의료비는 각각 0.1% 떨어졌다. 1월 연율 환산 물가상승률은 1.0%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비공식적 목표치인 연 2%를 밑돌았다.

이머징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물가도 움직일 조짐을 보이자 장기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개선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고용시장 불안으로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물가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마이클 개펀 바클레이즈캐피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바닥을 쳤지만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탓에 아직은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실업률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어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빚어져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 근원인플레이션

소비자물가 변동에서 농산물 작황，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일시적 · 단기적 충격에 의한 변동 요인을 제외한 것.근원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보다 대체로 낮고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다. 한국을 포함,선진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시행할 때 물가지표로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