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만족도 최하위-평균 수명 58세 '현빈도 몰랐던 소방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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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최근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왔던 앨빈 윌리엄 린의 시 '소방관의 기도'중 한구절이다. 1958년 미국 캔자스 주 위치타 소방서에서 실제로 소방관으로 활동했던 린이 화재현장에 출동했으나 세 명의 어린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다가 이 시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방송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시 쓰는 소방관의 기도'를 주제로 이시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소방관들의 아픔과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얼마 전 광주에서 또 한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두 아이의 나이를 합해도 고작 여섯 살 밖에는 안 되는 이 30대의 소방관 가장은 젊은 아내와 건강하신 노부모를 남겨둔 채 쓸쓸히 잊혀져가고 있다.
직업 만족도 최하위, 임용 5년 내 20%의 이직률, 평균 수명 58세, 바로 대한민국 소방관를 설명하는 통계들이다. 소방관의 절박한 기도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다.
영웅의 그늘,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소방관을 떠올릴 때 화마와 참사의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웅의 모습만 기억하지만 그 뒤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아픔이 존재한다.
제작진은 "동물구조, 열쇠 따기, 벌집 치우기 등119가 아니라 일일이 구조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소방관은 잡무에 시달린다"며 "일상적으로 죽음의 두려움과 마주해야 하고 때로는 동료를 살리지 못한 죄의식에 괴로워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들은 청천 벽력과 같은 충격 속에서 다시 일어 서야만 한다"고 영웅의 이면에 감춰진 소방관들의 참담한 현실을 설명했다.
또한 남편을 잃고 생계를 위해 요구르트 아줌마가 되었던 미망인부터 아버지의 빈자리에 힘겨워했던 아이들, 결혼을 앞둔 아들을 저 세상에 먼저 보내야 했던 소방관 부모의 사연을 전한다.
제작진은 "군경과 달리 까다로운 순직자 처리 조건과 연금기준, 부상자의 3년 제한 지원 등의 처우는 남겨진 가족들의 맘에 큰 상처가 되고 있다"고 소방관 현실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저마다 상처를 지니고 살고 있는 순직 소방관의 아내와 자녀, 그리고 오늘도 묵묵히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애환과 아픔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밝혔다.
19일 오후 11시10분 방송.
한경닷컴 부수정 기자 oas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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