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바레인 등에서 정부가 시위대 강경 진압에 나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유혈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은 평화적 시위를 하는 국민들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지만 아랍 정부들은 강경 진압을 지지한다고 밝혀 외교적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서 17일(현지시간) 시위대와 보안군이 충돌해 최소 7명이 숨졌다. 도시 곳곳에서는 총성이 울렸고 일부 정부 건물에서는 불이 났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또 아랍권 웹사이트인 알윰과 알마나라 등에 따르면 벵가지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알바이다에서도 4명이 희생되고,7명이 부상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인권연대는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알바이다에서 정부군이 옥상에서 시위대에 발포해 13명이 사망하고 추가로 수십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언론인 퀴리나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사망자는 2명뿐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아의 변호사들은 벵가지의 법원 건물 앞에서 헌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리비아의 한 페이스북 그룹이 2006년 벵가지에서 열린 이슬람주의자들의 집회에서 14명이 숨진 사건을 기념하는 '분노의 날' 행사를 열자고 제안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수도인 트리폴리에서는 친정부 시위대가 도심 광장을 점거하고 정부 지지 집회를 열었다.

바레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 참가자 2명이 숨진 데 이어 18일엔 남부 시트라의 이슬람사원에서 시위 사망자들의 장례식이 열려 시민 수천명이 운집,반정부 구호를 외쳤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발포했다.

ABC방송은 최소 7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하면서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총을 쏘면서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바레인 정부는 시위대를 해산시킨 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무장 군인들을 투입,시내를 장악했다. 바레인 야당의 한 의원은 "사망자 4명 중 2명은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셰이크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에세 전화를 걸어 깊은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정부는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 시민들에게 안전을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프랑스 유럽연합(EU) 등도 성명을 내고 리비아 정부에 폭력 진압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걸프만 외무장관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아랍 국가에 대한 외부세력의 개입을 반대한다"며 "바레인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8일 연속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예멘의 타이즈에서 이날 누군가 수류탄을 던져 25명이 다쳤으며, 남부 아덴에서는 경찰 발포로 1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편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선 이날 수십만명이 모여 시민혁명의 성공을 자축하고 군부에 정치개혁 이행을 촉구하는 '승리의 행진' 집회를 열었다. 이집트 군부는 장관급 각료 출신 3명과 저명 기업인을 비리 혐의로 체포하는 등 무바라크 정권의 부패 청산 및 권력의 민간이양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