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선을 회복했다. 열흘 전만 해도 힘없이 2000선 아래로 무너졌던 주가가 회복된 것은 무엇보다 학습효과 덕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황소처럼 달려왔던 블루칩의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는 판단아래 투자자들이 저가매수에 나선 것.더욱이 연말연초에 보너스를 받았다가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투자대기자금이 주식형 펀드 등에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학습효과를 선도한 바가 크다. 천안함 피격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충격을 받자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뒤이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가들이 따라붙었지만 판 물량을 되사들이는 격이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주식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내는 강남의 한 투자자는 "외국인들이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미보다 매수 · 도 타이밍을 못 맞힐 때도 간혹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의 투자패턴을 따라가면 열 번 중 아홉 번은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떨어졌을 때 강남의 PB센터에는 "주가가 떨어졌는데 들어가면 어떻겠냐"는 부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월급쟁이 등 소액 투자자들도 주식형 펀드에 잇따라 가입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전세난도 일종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전세수요자들이 매수로 옮겨타지 않고 계속 전세수요에 눌러앉는 요인 중의 하나다. 2006년 아파트가격이 치솟을 때 빚을 내서 강남아파트를 샀다가 빚더미로 신음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보고 있어서다.

이처럼 학습효과는 과거 경험을 통해 손실과 이익을 보는 유형을 간파해 현명하게 판단을 내리게 한다. 그래서 고수들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보다 동물적(사실은 이지적이고 합리적이다)인 경험을 믿는다.

투자의 고수들을 연구한 분석가들은 "하수들은 주가가 올라갈 때 더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고수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 반등의 신호로 해석하더라"고 말한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