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18일 개막된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마련을 핵심으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지 않기로 입장을 모았다. 또 진흥기업처럼 법률 공백으로 인해 회생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행들은 하지만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선 장기 외화 차입의 경우 거시건전성 부담금(일명 은행세)을 부과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보 공동계정은 국회 논의 존중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계기로 은행들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더 이상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국회 논의 결과를 존중키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이날 말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금보험기금 내 금융업계 공동의 계정을 신설하고 각 금융회사가 내는 예금보험료의 절반을 떼내 공동계정에 넣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저축은행의 예금보험기금이 고갈돼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 및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금융위원회가 판단하고 추진 중인 사안이다.

은행업계는 공동계정을 위해선 예금주의 동의가 필요하며 업권을 중심으로 돼 있는 예금자보호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부산 · 대전저축은행마저 영업정지를 당하고 저축은행업계의 예금 인출이 잇따르자 현실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또 금융위가 당초 계획을 수정해 향후 내는 예금보험료의 절반만 공동계정에 이전키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함께 반대해 왔던 생명보험업계도 수정안에 대해 찬성으로 돌아서 은행업계만 반대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은행들은 하지만 공동계정의 운영 시한은 법률에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은 굽히지 않고 있다.

◆기촉법 연장안 통과 희망

은행들은 기촉법에 대해선 금융위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기촉법은 채권 금융회사의 75%가 동의하면 부실 징후 기업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다. 작년 말 효력이 상실됐다. 은행들은 기존 기촉법에 기업의 견해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비판을 수용한 만큼 이달 중 기촉법 연장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촉법 연장안은 기존 기촉법과 비교했을 때 채권단이 기업을 워크아웃에 넣기 전 기업과 협의하고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도 기업에 조정신청권을 부여토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한 은행 임원은 "경기가 호전된 올해는 구조조정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기촉법이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 외채 은행세 부과는 곤란

은행들은 은행세 도입을 핵심으로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 입이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제어장치로 은행이 끌어오는 비예금성 외화 부채에 대해 △1년 미만 단기는 0.2% △1~3년 중기 0.1% △3년 초과 장기는 0.05%의 분담금을 매기기로 했다.

은행들은 이 가운데 장기 외채에 대한 분담금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업계는 매년 잔액에 대해 0.05%씩 매기기 때문에 5년 만기 외채라면 부담이 0.25%가 된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 방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장기 외채의 부담이 더 커져 단기 외채의 유출 · 입 억제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전 지원 등 수출금융의 경우 외화자금을 장기 저리로 빌려야 하는데 은행세가 이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동/정재형 기자 jdpower@hankyung.com


◆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전 금융권이 공동으로 마련해 공동으로 사용하는 예금보험기금 계정.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가 부실해질 경우에 대비, 금융회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기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현재는 은행 등 6개 권역별로 나눠 징수해 관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계정 기금의 적자가 심해 공동계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