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 '

정부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막판 기(氣) 싸움에 '올인'했다.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위원회의 현지 실사 사흘째인 1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공식 만찬에 동계올림픽 관련 부처 장관들을 총출동시켰다.

이날 만찬에는 김 총리를 비롯해 이귀남 법무,정종환 국토해양,이만의 환경,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남석 행정안전부 1차관,조현오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강원도 산골 오지에서 마치 국무회의가 열린 듯한 광경을 연출했다. 조양호 평창유치위원장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건희 IOC 위원 등도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평창유치위는 2014년 유치전이 열린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직접 IOC 총회가 열린 과테말라로 건너가 사흘 동안 총회장을 누볐지만 러시아 대통령이던 블라디미르 푸틴의 영향력에 밀려 패배한 경험을 갖고 있다. 두 번의 실패를 통해 배운 점은 유치 경쟁은 결국 자존심을 건 국가 간 파워 대결이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직전에 실사를 받은 경쟁도시 안시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프랑수아 피용 총리 및 관계 장관들이 대거 참여하며 세를 과시했다. 내달 초 마지막으로 실사가 예정된 독일 뮌헨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주요 각료들이 집결할 것이란 소문이다. 게다가 뮌헨의 경우 토마스 바흐 유치위원장이 IOC 수석부위원장인데다 강력한 차기 IOC 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일하게 대응할 경우 세 차례 연속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차례 도전에서 평창은 모두 1차 투표에서 1위를 달렸으나 2차 투표에서 2위로 쓴맛을 봤다. 이번에도 1차 투표에서 개최지가 결정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2차 투표까지 간다고 봤을 때 결국 정치력이 또다시 승부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평창은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IOC 평가단 환영 리셉션을 주재한 데 이어 18일 만찬에 관료들이 총출동함으로써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데 일단은 성공했다. 정부는 특히 올림픽 특별법을 제정해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동계올림픽 개최 예산으로 15억3100만달러를 책정한 가운데 적자가 발생하면 중앙정부와 강원도가 공동 보증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세법 개정을 통해 조직위원회 및 IOC 지불금에 대해서는 면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유치위는 만찬에 앞서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IOC 조사평가 위원들을 상대로 △재정 △마케팅 △정치 · 경제적 환경 및 구조 △법적 측면 △세관 및 출입국 절차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펼쳤다.

평창=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