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 면세 논란] 오일머니 유치 목적 '수쿠크' 면세…정치·종교논리에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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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다른 외화債도 면세, UAE 원전과 관련 없다" 항변
"테러 악용·외환시장 교란"…야당·종교계는 거센 반발
정부 "다른 외화債도 면세, UAE 원전과 관련 없다" 항변
"테러 악용·외환시장 교란"…야당·종교계는 거센 반발
'수쿠크'(sukuk)로 불리는 이슬람채권이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종교계에 뜨거운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야당은 중동 원전 수주 문제와 결부시켜 수주를 따낸 대가로 정부가 수쿠크 비과세 법안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여당 일각에서는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며 법안 처리를 거부할 태세다. 기독교계에서도 정치권을 압박하며 통과 저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해외 자금조달 물꼬를 터주자는 현실적인 필요성에서 출발한 법안이 왜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로 번져 꼬이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나름 논리가 있다. 수쿠크를 둘러싼 쟁점 5가지를 짚어본다.
(1)수쿠크 면세는 특혜?
수쿠크는 일반적인 외화표시채권과 달리 발행 구조가 독특하다. 기업들이 달러화나 엔화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은 투자자가 이자소득을 얻는다. 하지만 수쿠크는 이자 수수가 금지돼 있다. 대신 수쿠크 발행자가 특수목적회사(SPV)를 세워 투자자와 실물자산을 거래하는 형태로 수수료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산 매입시 취득 · 등록세 △자산 매각시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각종 세금이 붙게 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외화표시채권에 대해 이자소득을 면세해주고 있다. 반면 수쿠크는 이자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면세 혜택이 없으면 그만큼 수익률이 크게 낮아져 채권을 발행할 메리트가 없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수쿠크는 이자만 받지 않을 뿐 다른 채권과 실질이 같다"고 설명했다.
스쿠크 법안을 반대하는 쪽의 논리는 전혀 다르다. 수쿠크법 통과 반대에 앞장선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비이슬람 자금이 투자하면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이슬람 자금에 대해서만 면제해주는 것은 과도하고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2)UAE 원전수주 자금조달용?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공사비를 대출해주기로 했는데,이에 소요될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특정 종교에 편의를 제공하면서 법을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는 억측이라는 반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2009년 법안을 제출할 당시 외화자금 조달을 다변화하고 기업들의 오일머니 유치에 도움을 주기 위해 법안을 추진한 것이지 원전 수주를 위해 이용한다는 것은 사실을 왜곡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3)수쿠크는 테러자금줄?
정치권과 종교계 일각에서는 수쿠크 발행 자금이 알카에다 등 특정 테러단체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수쿠크 발행과 운용을 맡는 '샤리아위원회'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와 연결돼 있고,수쿠크 발행에 따른 수입의 2.5%가 '자카트'란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송금되는데 그 내역이 드러나지 않아 해외 언론에서도 테러자금줄이라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카트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자카트는 수쿠크에만 주어진 의무가 아니라 이슬람교인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다른 수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교회 헌금'과 같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4)수쿠크 면세해주는 나라 드물다?
수쿠크 면세 혜택을 주는 나라는 영국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단 3곳뿐이라는 게 반대 측 주장이다. 이들 나라 또한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광범위한 면세가 아니라 취득세나 법인세 정도를 면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얘기는 다르다. 영국 등 3개 나라 외에 프랑스도 시행령을 통해 면세 조치를 했고,일본 역시 올해 세법개정 방향을 발표하면서 면세 방침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자금 유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면세 혜택을 주는 나라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했다.
(5)외환 유입 규제와 상충된다?
수쿠크법 반대 측에서는 수쿠크 면세가 급격한 외화 자금 유출입을 막기 위해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를 과세로 전환한 것과 정면으로 상충된다는 점을 들었다. 외환 유입을 막겠다는 정부가 '오일머니'를 끌어오기 위해 수쿠크 면세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반 외화자금과 달리 수쿠크는 국내 기업들이 중동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해 현지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이 많다"며 "국내로 유입돼 외환시장을 교란시킬 우려는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정종태/서욱진 기자 jtchung@hankyung.com
◆ 수쿠크
sukuk.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이자 대신 배당금 형식을 빌려 수익을 돌려주는 이슬람 채권.실제론 일반 채권거래와 같지만 형식적으론 부동산 거래 등을 수반한다. 수쿠크 발행자는 부동산 등의 자산을 특수목적회사(SPV)에 임대한 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한다. 이처럼 실물자산 거래가 수반되기 때문에 현행 국내법상으로 취득 · 등록세 및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이 붙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