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앓는 췌장암, 급격한 체중 감소·소화불량 땐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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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췌장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
간에 전이…2009년 간 이식 받아
"危重해 보이나 시한부설은 과장"
과음보다 흡연이 주요 발병 요인…조기발견 위해 초음파·CT 검사를
간에 전이…2009년 간 이식 받아
"危重해 보이나 시한부설은 과장"
과음보다 흡연이 주요 발병 요인…조기발견 위해 초음파·CT 검사를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6주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외신보도가 나와 정보기술(IT) 업계와 의료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도 하루 만인 지난 17일 저녁(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주재로 열린 IT업계 CEO 만찬에 참석해 보도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잡스가 투병 중인 췌장암의 특성과 조기 발견,치료법을 알아본다.
◆잡스는 전망이 불투명한 췌장암
잡스는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뒤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메일에서 "나는 미국 췌장암 환자의 1%가량인 '아일렛세포 신경내분비계암(islet cell neuroendocrine tumor)'에 걸렸다"고 말했었다. 이후 2009년에 미국에서 간이식을,스위스 바젤대학병원에서 방사선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췌장암 중 신경내분비계암은 전 세계적으로 전체 암 환자의 10% 미만에서 생긴다. 이 암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생성하는 세포에 생긴다. 이에 비해 췌장암의 80~90%를 차지하는 췌관선암은 소화액과 소화효소가 나오는 췌관에 암이 생긴 외분비계암이다. 이규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흔히 말하는 췌장암(췌관선암)은 5년 생존율이 5~7%에 불과한 반면 잡스의 신경내분비계암은 5년 생존율이 50% 이상"이라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저분화암이냐 고분화암이냐에 따라 예후(치료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만약 저분화암이면 암이 빨리 자라 예후가 나쁘지만 고분화암이면 천천히 자라 예후가 좋다고 덧붙였다. 고분화암은 양성종양의 성격을 더 많이 띤 암.
우상명 국립암센터 간암센터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췌장암은 인접한 간으로 잘 전이되는데 잡스는 간 일부 절제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간의 여러 곳에 또는 광범위하게 암이 전이돼 간이식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잡스가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방사선치료는 췌장암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에 방사선 물질을 붙여 암 조직을 괴사시키는 방법으로 짐작된다. 또는 암조직에 이르는 경로에 위치한 정상조직에는 이렇다할 해를 끼치지 않는 강력한 방사선에너지를 목표한 암 조직에 가하는 양성자치료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자는 국내에서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일부 선진 의료국가에서 드물게 시행되는 방법이다. 양성자치료는 국립암센터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잡스가 이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우 전문의는 추정했다.
미 주간지 '내셔널인콰이어러'지는 키 180㎝인 스티브 잡스의 체중이 과거 79㎏에서 최근 59㎏으로 줄고 손목이 가늘어지는 등 근육이 감소했고 걸음걸이가 흐트러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면 5㎏ 정도가 급격히 빠진다"며 "20㎏이나 감소했다면 위중한 게 틀림없으나 만찬에 참석할 정도로 거동과 의식에 지장이 없다면 6주 시한부 인생을 거론하는 것은 과장돼 보인다"고 말했다.
◆췌장암엔 술보다 담배가 훨씬 위험
췌장암은 '발병률이 곧 사망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70%에 가깝고 5년 안에 85~95%가 사망한다. 암 치료법의 빠른 발전에도 불구하고 췌장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췌장암은 체내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크기가 1㎝만 넘어도 혈관 · 신경 · 선(腺)을 타고 빠르게 전이되거나 확산되는 특성을 띠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난 뒤 검사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태반이다.
췌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복부 초음파 및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하다. 초음파는 간편하지만 췌장의 위치상 일부만 관찰할 수 있고 비만하거나 금식해도 장내 가스가 많은 경우 놓칠 수 있다. 복부CT는 암 크기가 최소 5~10㎜ 이상이어야 관찰되며 몸에 해로운 방사선에 노출돼야 하고 조영제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보통 초음파로 체크하고 CT로 확진하는데 두 검사를 병용하는 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환자 선별검사로는 부적합해 권장되지 않는다. 다만 50세가 넘어서 이유 없이 소화불량 복통 체중감소(6개월 동안 10% 이상 감소) 등이 나타나거나,갑작스럽게 당뇨병이 발병하거나,가족력이 있다면 CT검사를 적극 검토해봐야 한다.
췌장암의 주된 요인은 과음보다는 흡연이다. 장기간에 걸친 폭음이 만성췌장염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췌장암의 발생빈도가 15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과음이 췌장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오히려 췌장암의 30%가 흡연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병률이 2~3배 높다.
근본적 치료법인 수술의 대상은 전체 췌장암 환자의 5~10%에 불과하다. 췌장이 깊숙한 곳에 위치해 메스를 대기 어려운 데다 대부분 타장기에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췌장 두부(머리)에 발생한 경우 십이지장 등 인접한 장기를 광범위하게 절제해야 한다. 두부 절제 시 수술로 인한 사망률은 2~10%로 높은 편이다. 췌장 체부(가운데)나 미부(꼬리)에 발생하는 경우 진단 당시 이미 상당히 악화된 경우가 대다수여서 극히 일부 환자에게서만 절제수술이 가능하다. 항암제로는 세포독성제인 겜시타빈(한국릴리 젬자)과 표적치료제인 엘로티닙(한국로슈 타쎄바)의 단독 또는 병용 투여가 이뤄진다. 생존기간을 6개월가량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췌장의 위치와 기능
췌장(이자)은 위의 뒤쪽, 간과 담낭의 아래, 척추뼈 앞, 십이지장 및 비장(지라)과는 수평으로 둘러싸여 있는 15㎝길이의 바나나처럼 부드러운 기관이다. 20여종의 소화효소를 함유한 췌액을 하루 1500~3000㏄ 분비해 소화를 돕는다. 췌도 세포에서 포도당 분해를 명령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며 그 양이 부족하거나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당뇨병이 생긴다. 강한 산성의 위산을 중화시키는 중탄산염을 분비해 위장관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