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 음식값이 치솟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가격 인상 억제로 가공식품 가격은 오르지 않았지만 채소 돼지고기 생선 등 식자재 가격이 작년 이맘 때보다 최고 2배 이상 급등한 탓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음식점들의 가격 인상은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1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 수도권 지역 돼지고기 음식점들이 대거 음식값 인상에 들어갔다. 경기도 과천의 S식당은 삼겹살 1인분(150g) 가격을 최근 8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이 60%를 넘는다.

서울 미근동 서대문족발집은 설 연휴 이후 족발 한 접시 가격을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5000원 인상했다. 서울 노고산동 동경삼겹살은 삼겹살 1인분과 제육볶음 가격을 지난달 1000원씩 올려 9000원과 6000원에 팔고 있다. 배일순 동경삼겹살 사장은 "삼겹살 한 근이 1만5000원으로 구제역 발생 이전에 비해 2배가량 뛰었다"며 "무 양파 등 채소 가격도 크게 올라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생활물가 중점관리 품목이어서 좀처럼 오르지 않던 자장면 값까지 올랐다. 서울 중림동의 해원각은 지난 14일 자장면과 짬뽕 가격을 4500원과 5000원으로 500원씩 올렸다. 인근 중국음식점인 한성각도 16일 같은 가격으로 인상했다.

밀가루 값이 오르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적은 분식점 메뉴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채소 등의 식자재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채선당(샤부샤부)과 본죽(죽) 등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재료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작년 말만 해도 배추 가격 상승이 김치찌개 등의 음식값에 영향을 미쳤지만,최근 들어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육류 및 중국음식점의 가격 인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구제역 사태에 따른 축산물 및 유제품 가격 불안에 대응해 삼겹살과 분유의 할당관세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물가안정 대책회의에서 "상반기 삼겹살의 할당관세 적용 물량을 1만t에서 6만t으로 늘려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며 "분유도 지난달 말 수입한 9000t 외에 추가로 2만1000t을 상반기 중 무관세로 들여오겠다"고 말했다.

김철수/유승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