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2, 중앙부산, 전주 등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3곳을 포함해 4~5곳의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추가 영업정지 조치를 받게 된 것은 예고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7일 부산 · 대전저축은행에 영업정지를 내리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이른바 부실 저축은행 명단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저축은행들엔 지난 17일과 18일 고객들이 밀려들어 예금을 너도나도 찾아가는 바람에 자체 유동성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진 만큼 영업정지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상반기 영업정지될 가능성이 없는 곳'으로 분류한 94개 저축은행들의 예금인출 양상은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우량 저축은행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일부 저축은행에는 오히려 자금이 몰려들어 저축은행 업계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저축은행 계열 3곳 '몸살'

부산2,중앙부산,전주 등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들은 모회사인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17일 영업정지당한 여파로 전날에 이어 이날도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부산2저축은행의 남천동지점엔 오전부터 3000여명의 예금자들이 대기표를 받기 위해 300m 이상 줄을 섰다. 1억1000만원을 맡겼다는 김철민 씨(68 · 대연동)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마당에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이라고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 은행의 해운대지점 역시 이날 4000여명이 넘는 예금자들이 몰려 순식간에 대기표가 동났다. 덕천동본점과 충무동지점에도 수백명씩의 고객이 찾아 큰 혼잡을 빚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중앙부산저축은행 서울 논현동 본점에도 이틀간 3000명이 넘는 고객들이 찾아와 예금인출을 요구했다. 최모씨(68 · 논현동)는 "아침에 신문을 보고 불안해서 바로 달려왔다"며 "5000만원씩 넣어둔 2개 계좌의 돈을 모두 찾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주저축은행도 몰려드는 고객들의 예금인출 요구에 사실상 정상영업을 하지 못했다. 중앙부산은행 임직원들은 17일 몰려든 예금자들 때문에 18일 새벽 4시까지 예금인출 요구에 응했고,18일 찾아온 고객들에게 자금을 지급하기 위해 19일 새벽까지 근무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의 예금이탈이 심한 상황이어서 저축은행중앙회가 지원에 나섰지만 더이상 버티지 못할 상황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7일과 18일 오후 6시까지 파악한 저축은행 업계 예금인출 규모는 4600억원으로 지난달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이후 빠져나간 예금 63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18일 밤 늦게까지도 예금인출이 계속되고 있어 영업정지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곳들은 상대적으로 '평온'

부산저축은행그룹과 'BIS 비율 5% 미만'으로 분류된 10곳을 제외한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상대적으로 평온했다. 평소 하루 150여명의 고객이 찾는 서울 다동 동부저축은행 본점엔 오후 1시까지 64명이 다녀갔다. 점심시간에 주로 많은 이용자가 방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일보다 오히려 한산했다.

한 예금자는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예금 상품을 어떻게 가입해야 할지를 상담하는 중"이라며 "예금을 찾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우량저축은행인 서울 명동 토마토저축은행도 같은 분위기였다. 지난 17일엔 계열사를 합쳐 총 100억원의 예금이 되레 늘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주로 다른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 새로 가입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추가 영업정지조치 이후 예금인출 사태가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추가 영업정지로 예금인출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월요일인 21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차하면 3조원의 유동성을 바로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김태현/류시훈/안대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