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음식값 인상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엔 배추값 폭등으로 김치찌개를 중심으로 한 식당 메뉴값이 올랐지만,최근엔 일반 채소와 돼지고기 생선 등의 가격이 함께 뛰면서 대부분의 음식 메뉴가격을 밀어올리는 양상이다.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비와 서민들의 외식비용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나빠진 식당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밑반찬까지 줄이고 있어 서민들의 외식은 더 빈약해지고 있다.

◆식당가 가격인상 도미노

작년 10~11월엔 배추 파동으로 인해 김치찌개 김치보쌈 등을 주 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가격을 주로 올렸다. 이에 비해 최근 들어서는 음식 종류를 불문하고 전 식당가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를 주요 식자재로 사용하는 중국식당 삼겹살집 등의 메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서울 합동 한성각은 이번 주 초부터 탕수육 작은 접시 가격은 1만3000원,중간 접시 가격은 1만7000원으로 2000원씩 인상했다. 이 식당은 볶음밥 등 밥 요리가격도 1000원씩 올리고,자장면 등 면류 가격은 500원씩 높였다. 최호성 한성각 사장은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3개월 새 2배 이상 뛰었고 몇 달 전 1만7000원 하던 양파 한 망도 2만4000원으로 올랐다"며 "이런 가격대가 계속된다면 추가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성각 인근의 해원각도 탕수육 가격은 1000원,짬뽕 등 면류는 500원 올렸다. 서울 대현동 무릉도원은 탕수육 작은 접시와 큰 접시 가격을 각각 1000원과 2000원 인상했다. 서울 중림동의 야나기는 돈가스 가격을 최근 8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분식점 음식값도 오르고 있다. 서울 합동 손칼국숫집은 만둣국 등 주요 메뉴 가격을 내달부터 20% 이상 인상할 계획이다. 성남 분당의 K칼국수는 6000원이던 칼국수 가격을 최근 7000원으로 높였다.

◆가격 인상에도 수익성은 악화

대부분의 식당은 최근 음식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 노고산동 동경삼겹살의 배일순 사장은 "삼겹살과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가격을 1000원씩 올렸지만 하루 이익은 예전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털어놨다. 양파와 오징어 가격이 1년 전보다 2배가량 뛰면서 원가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서울 합동의 서대문족발집은 매출 자체가 감소했다. 이 식당 관계자는 "가격을 20%가량 올렸지만 종전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하던 손님들이 최근 한 개로 줄이면서 하루 매출이 약 30% 줄었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나빠지자 주력 메뉴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현동에서 오징어 요리 등을 판매하는 식당 '우리들의 공간' 관계자는 "낙지와 오징어 가격이 크게 올라 이들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은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내달 가격인상도 검토 중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밑반찬을 줄이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중림동의 한우촌 관계자는 "채소가격이 너무 오르다 보니 반찬을 예전처럼 풍족하게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작년엔 돈가스도 반찬으로 제공했는데 지금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자재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급등한 돼지고기 가격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구제역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살처분 물량이 300만마리를 넘어선 데다 이동제한으로 인해 출하작업도 제한을 받고 있어서다.

18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1㎏ 경락가격(박피,E등급 제외)은 6633원으로 구제역이 전국으로 번지기 직전인 작년 11월 말에 비해 2배가량 올랐다.

채소값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배추 1㎏ 도매가격은 1280원으로 1년 전보다 58% 올랐다. 식당 관계자들은 작년 9월까지만 해도 한 포기에 2000원 정도면 살 수 있었으나,지금은 5000~6000원에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배추 10㎏ 도매가는 1만2000원으로 작년 이맘때의 3배 수준이다. 양파 1㎏도 1350원으로 2배 이상 비싸다.

수산물 중에서는 오징어 1㎏이 1년 전보다 67% 오른 492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고등어 1㎏도 4380원으로 1년 전(3212원)보다 36% 뛰었다.

김철수/김우섭/김희경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