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선진국 대이동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자들의 화두도 이머징 시장 일변도에서 선진국 분산투자로 바뀌고 있다.
20일 CNN머니에 따르면 올 들어 355억달러의 자금이 선진 자본시장으로 유입됐다. 반면 이머징 시장에서는 이달 첫째주 3년 만에 최고치인 7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신흥국 물가 급등이 문제였다.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JP모건은 MSCI이머징마켓지수의 올해 전망치를 최근 하향 조정했다.
반면 선진국 경제는 꾸준히 회복세다. 강봉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수익률을 앞질렀던 패턴이 최근 역전됐다"며 "3개월 기준 선진국 증시 수익률이 10%를 넘어선 반면 신흥국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작년 말과 올초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일 뿐, 인플레 우려가 잦아들면 다시 신흥국으로 자금이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 경기 회복은 신흥 공업국 경기에도 긍정적"이라며 "신흥국 증시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선진국 증시 방향을 결국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기 모멘텀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정용택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고용여건 개선과 임금소득 증가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북미와 일본 등 선진국 펀드의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머징 시장 투자비중이 70% 수준에 이르는 국내 투자자로선 분산 투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업계는 선진국과 신흥국에 동시에 투자하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내놓은 '글로벌 컨슈머 주식 랩어카운트'에는 한 달 만에 580억원이 몰렸다. 선진국과 신흥국 구별없이 장기성장성이 높은 소비재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최근 출시된 'G2 주식 랩어카운트'는 미국과 중국의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JP모건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G2펀드들도 올 들어 해외주식형 평균을 웃도는 수익을 내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펀드에 별도로 가입해 분산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펀드 가입이 부담스럽다면 선진국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TIGER나스닥100 ETF'는 올 들어 6.26% (지난 18일 기준) 올랐다.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며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최근 미국 경기회복을 이끄는 정보기술(IT)주가 대다수다. 일본에 투자하는 'KODEX 재팬ETF'는 도요타 등 대표 종목이 포함된 TOPIX100지수를 추종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