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이집트 시민혁명의 불길이 리비아 등 중동의 여러 국가로 번진 가운데 17일(현지시간) 바레인 국가안보위원회가 계엄령을 선포, 군대를 처음으로 시위에 투입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위 나흘째인 이날 바레인 정부는 군과 경찰을 투입했으며,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바레인 경찰이 수도 마나마의 펄(Pearl)광장에 모여 있던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모두 해산한 후 군대가 탱크와 군용 트럭 등 50여대를 펄광장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시아파 무슬림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40년간 총리를 해온 국왕의 삼촌 셰이크 칼리파 빈 살만 알칼리파의 퇴진과 시아파에 대한 차별 철폐,정치개혁 등을 요구했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의 70%가 시아파이지만 의회와 정부 등 권력기관은 소수인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다.시아파는 정치활동과 의료 서비스와 취업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또한 집권층이 파키스탄과 예멘·시리아 등에서 수니파 외국인들을 경찰로 고용해 시아파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바레인에는 현재 미 해군 5함대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다.미국 입장에서 바레인은 페르시아만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적대국인 이란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같은 날 ‘분노의 날’ 시위를 맞은 리비아에서도 시위가 격화되면서 6명의 사망자가 속출,대규모 유혈사태 우려가 현실화됐다.이로써 세계 최장기(40년) 집권자인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권 역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시위는 리비아의 한 페이스북 그룹이 2006년에 벵가지에서 열린 이슬람주의자들의 집회에서 14명이 숨진 사건을 기념해 ‘분노의 날’ 행사를 열자고 제안하면서 일어났다.이 그룹의 회원 수는 지난 14일 4400명에 불과했으나 이틀 만에 9600명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예멘에선 1978년부터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16일 격화됐다.시위대와 진압에 나선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사망했다.시위대는 오는 18일을 ‘100만명이 운집하는 분노의 날’로 정해 살레 대통령을 퇴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지난 16일 수에즈 운하를 통해 시리아로 군함 두 척을 보냈다는 소식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오늘(16일) 밤 이란 군함들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시리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AP·AFP·로이터통신 등 주요 언론이 리에베르만 장관의 발언을 타전했지만,정작 이란은 침묵했다.이스라엘 편인 미국은 동태를 확인하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 군함이 어디로 가는지,무엇을 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이란 군함 두 척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근 홍해상에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이란을 경계 대상으로 본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했던 지난 30여년 간 이란 군함은 한 차례도 수에즈 운하를 건너지 못했다.

수에즈 운하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은 이란 군함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면서 이란 군함이 운하를 통과할 경우 어떤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