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일본 집권 민주당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을 지지하는 비례대표 의원 16명이 당 집행부의 징계에 반발하면서 ‘민주당 정권교대에 책임을 가지는 회(민책회)’를 별도로 결성키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이 17일 보도했다.한국의 원내교섭단체과 같은 것을 만든 것이다.

회파 이탈을 주도하고 있는 와타나베 고이치로 중의원 등 친(親) 오자와 그룹은 현재 소속된 ‘민주당 무소속 클럽’을 이탈,민책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선언했다.그러나 이들은 “민주당을 탈당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당의 이름은 그대로 쓰지만 당내에서 딴 살림을 차리겠다는 얘기다.

이들의 극단적인 행동은 당 집행부가 지난 15일 상임간사회에서 정치자금 문제로 검찰에 기소된 오자와의 당원 자격을 정지키로 한 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이에 따라 사실상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도 “의원 각자가 민주당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권교체의 의의를 생각하면서 한 행동”이라며 이들을 지지하고 나섰다.이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번 주말 께 내려진다.

민주당 내 오자와 그룹은 140∼150명으로 당내 최대 계파다.이들은 이번 선언이 오자와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사전에 보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그러면서 “제1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오자와에 대한 징계가 확정될 경우 추가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만약 오자와 그룹의 추가 행동이 예산안 및 관련 법안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파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은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서 예산안 및 관련 법안이 부결될 것에 대비해 사민당을 끌어들여 중의원에서 3분의2 의석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분열은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일본 국회에서는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시킬 수 있다.일본 정치권에서는 당 내분으로 예산안이 표류할 경우 간 총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중의원을 해산하는 것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집행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은 “소속 의원들은 회파에서 이탈할 수 없다”는 당규까지 거론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