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강세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 증시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기업 구조조정시 한국 정부의 입김이 세다고 들었는데 이에 따른 우려는 없습니까"

지난 15일 오후 4시 도쿄 주오(中央)구 소재 니혼바시(日本橋)에 있는 아이자와증권 본사 사무실. 한국증시에 대해 상당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60~70대 백발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이자와증권은 2009년 12월부터 유진투자증권이 제안한 한ㆍ일 공동 주식형펀드인 '유진ㆍAIZ 한일 굿초이스 펀드'를 설정해 판매하고 있는 증권사다. 4개월마다 한차례씩 개최하고 있는 이 펀드 설명회에는 기존 투자자와 예비 투자자들이 모여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 '한류붐'이 '한국투자'로…"성장 가능성 높다"

일본 투자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증시에 대해 관심만 높았던 과거와 달리 실제 직접투자와 펀드 가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제로금리에 익숙한 일본 투자자들에게 한국 투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선 60~70대 자산가가 '큰 손'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세차례에 걸쳐 총 900만엔(약 1억2000만원)을 '유진ㆍAIZ 한일 굿초이스 펀드'에 투자한 사라오 마츠나가(72세ㆍ양복점 운영)씨는 "한국인은 근면성실한데다 한국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뛰어난 기업이 있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중국 펀드에 주로 투자했었지만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어 현재 한국 펀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한국은 긴축 강도가 세지않고 성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진ㆍAIZ 한일 굿초이스 펀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업종별 대표기업을 각각 선정한 뒤 저평가된 종목에 선택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현재 한국 기업에 70%, 일본 기업에 30%를 투자하고 있으나 환율 등에 따라 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절한다.

이에 따라 안전 장치를 확보하면서도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단 게 아이자와증권 측 평가다.

아이자와증권 창업주 3세인 아이자와 모토야 사장(70ㆍ사진)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또 여행 경험을 통해 경쟁력과 성장성이 뛰어난 나라임을 알게 돼 예전부터 투자 필요성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투자를 시작한 2000년 8월에는 한국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한류붐'을 타고 한국 투자에 대해 눈을 뜨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성장속도가 매우 가파를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펀드 출시 후 한국 직접투자 2배 늘어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해 '북한 리스크'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작아졌다.

후쿠하라 마나부 영업본부장은 "북한 도발시 한국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지만 곧 빠른 회복세를 보이곤 했다"며 "과거 경험을 토대로 설명하면 대부분 투자자들이 납득을 하고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는다"고 말했다.

최근 높은 수익률로 펀드 환매가 어느정도 진행된 상황이지만 아이자와증권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자금이 아예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아이자와증권은 일본내에서 한국 직접투자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증권사다.

그는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펀드 중 '유진ㆍAIZ 한일 굿초이스 펀드'의 현재 수익률이 20%대로 가장 높다"며 "일본 투자자들에게 이 수익률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익을 확정지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설정 후 한 차례의 환매도 없이 7개월만에 400억원을 넘어섰던 설정액은 최근 28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는 "다만 자금이 직접투자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에 펀드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설정액은 65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이시 아츠시 기획부장도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에 대해서만 알았던 일본 투자자들이 이 펀드를 출시한 후 편입상위 종목인 LG전자와 현대차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펀드 출시 후 직접투자 비중은 2배 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일본 주요 언론에서도 '한국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특집기사를 자주 보도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한국 시장을 미리 선점하기 위해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일본)=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