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준비된 은퇴] 부모 자식간 노후준비 인식부터 정립을
현재 노후를 준비하고 싶은 중장년층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문제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와 결혼자금이 워낙 많다 보니 이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자식을 사랑하는 현재 부모 세대들은 자녀교육과 혼사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자녀에 대한 지출로 인해 우리나라 부모들은 노후생활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으며 청소년들의 부모 의존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40~50대들은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가입 등 자발적인 노후 대비가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자녀관을 가진 이들은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강한 의무감을 갖고 있어서 자녀들이 결혼할 때까지,학업을 마칠 때까지,직장이 생길 때까지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이렇듯 현재 중장년층은 자녀부양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가졌지만 정작 본인의 노후준비는 소홀한 상황이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가족실태 조사결과에 의하면 '노후에 누구와 지내고 싶은가'라는 물음에는 '배우자와 단 둘이'란 답변이 72.7%였다. '맏아들'이나 '형편이 되는 자식'이라는 응답은 각각 4% 미만이었다. 자식과의 결속감은 약화되고 믿을 건 배우자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부모세대가 자녀부양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가진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젊은이들은 부모부양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노인부양 의식은 급격히 약화돼 노인부양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부모 부양이 '가족 책임'이라는 의견은 2002년 70.7%에서 2010년 36.0%로 급격히 하락한 반면 '가족과 정부 · 사회의 책임'이라는 의견은 같은 기간 18.2%에서 47.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즉 부모를 자녀인 내가 혼자서 돌보기는 부담스러우며 가족이나 사회가 책임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녀들의 부모부양 의식이 급속도로 약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여성부의 청소년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들의 93%가 대학 학자금을 부모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또 87%가 결혼비용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74%는 결혼할 때 부모가 집을 사주거나 전세자금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미취업 자녀의 용돈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청소년도 76%에 달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부양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반면 부모의 노후는 사회의 책임이라는 의식인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볼 때 노후생활의 가장 큰 적(敵)은 자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자녀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최대의 노후대책이라고 할 정도다.

자녀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노후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와 자녀들의 인식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