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회복하고 있지만, 회복 이후에도 2000년대 초중반과 같은 초고성장세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경닷컴과 삼성증권이 공동 주최하는 '2011년 글로벌 투자포럼'에서 "세계경제가 신속하게 회복세로 반전되고 있다"면서도 "각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에 따른 비용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위기탈출 이후의 새로운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권 실장은 "과거 미국을 중심으로한 주요 7개국(G7)이 세계경제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미국과 중국(G2)를 중심으로 주요 20개국(G20)이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선진국 중심에서 신흥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위기 발생 이후 1년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신속한 위기 탈출에 성공한 것은 신흥국의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에 신흥국은 예상보다 타격을 받지 않았으며, 작년 세계 GDP 증가의 약 70%를 신흥국 경제회복이 주도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신흥국 비중이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라는 것.

특히 한국은 대 신흥국 수출 급증에 힘입어 과거 10~11위에서 작년에는 세계 7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 신흥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70%를 웃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그는 세계경제를 견인했던 신흥국이 이제는 인플레이션 등의 우려에 직면해 있어 여태까지처럼 급격한 세계경제 성장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 실장은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는 등 과감하게 정책 대응을 한 것도 빠른 위기탈출의 한몫을 했지만, 이제는 막대한 유동성 환수 작업이 지연되면서 물가상승 등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과거 신흥국들의 경제규모가 크지 않아 신흥국의 물가 상승률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신흥국의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선진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유발된 과잉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신흥국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올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