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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세시봉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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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갑을 훌쩍 넘긴 추억의 가수들이 공연계를 달구고 있다. 1960년대 말 서울 무교동에 있던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활동했던 조영남(66) 송창식(63) 윤형주(63) 김세환(62)이 주인공이다. 온통 아이돌 판인 TV 프로그램에 불쑥 출연해 향수 어린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준 게 계기가 됐다. 중 · 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도 그들의 음악에 젖어들었다. 인터넷엔 세시봉 바람이 거세고,음반 매장엔 세시봉 판매대가 별도로 생겨났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의 전국 투어 콘서트에도 관객이 밀려들고 있다. 지난 18일 밤 열린 부산 공연에는 3000여명이 객석을 채웠다. 공연이 임박해서는 100m에 이르는 긴 줄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통로에서 관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이 지긋한 관객이 주였으나 부모와 함께 온 젊은층도 적지 않았다. 일부 관객은 흘러간 젊은날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세시봉은 젊은이들에게 부담 없는 장소였다. 차 한 잔 값이면 편안한 의자에 앉아 팝송 샹송 칸소네를 종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술은 팔지 않았다. 음악감상뿐 아니라 대학생의 밤,신인가수 선발대회,시인 만세 등 다양한 이벤트도 곁들였다. 자연히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최인호 김지하 이장호 등 문단이나 영화계 인물들도 자주 드나들었다. 수필가 피천득씨의 아들 피세영은 DJ를 봤다. 70년대 초 문 닫을 때까지 음악을 통해 당대 젊은이들의 희망과 열정,고민,울분을 용광로처럼 녹여냈다.

    세시봉이 까다로운 요즘 젊은이들의 감수성까지 건드린 이유는 뭘까. 아마 시(詩)에 버금가는 가사와 낭만적 선율의 노래를 혼을 담아 부르는 데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게다. 또는 어려서부터 학원 교습식으로 훈련 받은 아이돌들이 반복적으로 펼치는 댄스음악에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떻든 세시봉이 가요를 매개로 세대간 소통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의미는 적지 않은 것 같다.

    중 · 장년층이 세시봉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10대,20대도 30여년 후에는 지금 열광하는 것들을 아련한 추억으로 그리워 할 것이다. 윤형주는 '우리의 이야기들'에서 그 이치를아름다운 노랫말로 이렇게 표현했다.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바람 같이 간다고 해도/언제라도 난 안잊을 테요…'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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