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사업의 성패는 연구 · 개발(R&D)에서 판가름 난다. 우수한 R&D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일에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야 한다. "

구본무 LG 회장이 과감한 R&D 투자와 인력 확보를 주문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태양전지,태블릿PC용 LCD(액정표시장치) 등 LG의 미래성장사업 현장 세 곳을 잇따라 방문해서다. "미래 핵심기술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시장을 선도하자"고 신년사에서 강조한 데 이어 현장 방문을 통해 임직원들의 실천을 독려하고 나섰다.

구 회장은 "기업이 기술 자립을 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영속적인 기업이 되려면 10년이 걸리든 50년이 걸리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R&D를 꼭 해야 한다"며 'R&D 경영론'을 피력해 왔다.

구 회장은 지난 15일 충북 오창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배터리는 지금 앞서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R&D에 과감히 투자해 사업을 계속 리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출력을 내면서도 부피는 지금보다 더 작은 배터리 개발에 매진해 달라"며 "그래야 전기차 제조회사들이 최종 소비자를 위해 디자인이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

17일 경북 구미 LG전자 태양전지 공장을 찾아서는 "엔저 시대에 대비해 일본 태양전지업체들과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구미 LG디스플레이 태블릿PC용 모듈공장에선 "협력회사와 동반성장을 위해 생산장비 국산화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이 현장 점검에 나선 3개 사업은 LG의 대표적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이 GM 포드 등 10여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이미 공급계약을 맺었고 2015년 연 매출 3조원을 목표로 한다. 태양전지는 작년 양산을 시작해 2015년 연 3조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태블릿PC에 들어가는 LCD 사업도 지난달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가 국내외 업체들에 본격적으로 공급에 나섰다.

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경영자들이 현안에만 신경을 쓰면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R&D 등 5~10년 후를 내다본 경영에 더 몰두해 달라는 취지에서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의 현장 방문에는 강유식 ㈜LG 부회장,조준호 ㈜LG 사장이 함께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