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동계올림픽 실사 현장에 참여한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말은 대조적이었다. 정치인들의 표현은 직설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떨어지면 국가적 수치"라는 말로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실사단을 직접 찾아온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각 부 장관들도 모두 평창으로 불러들여 지원 약속을 하도록 동원했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의지를 보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위성도 내세운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동계 스포츠 성적을 봐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올림픽 유치에는 여당,야당이 없다는 '명분론'까지 곁들인다. 건배할 때도 '2018'이라고 선창하면 '평창'이라고 외친다. 낙관적인 것도 특징이다. 유치위 특임대사를 맡은 김진선 청와대 지방행정 특보(전 강원도지사)는 "실사단이 예전과는 달리 평창이 올림픽 개최도시로 확정되기라도 한 듯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조심스럽다. 중대한 비즈니스를 앞둔 최고경영자처럼 신중하고 치밀하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두산중공업 회장)은 "현 상황은 낙관적이지도 않고 비관적이지도 않다. 언론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기사를 쓰는데 그런 징후는 없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건희 IOC 위원(삼성 회장)도 유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이고 예민한 질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회장과 함께 실사 현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 등은 행여나 오해의 소지가 생길까봐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조양호 유치위원장(한진 회장)도 "현지실사를 잘 받았다고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도 지나친 자신감이나 예단은 금물이다. 오는 7월6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IOC 총회 투표가 끝날 때까지 누구도 속단할 수 없다. 한국은 지금까지 두 차례의 도전에서 모두 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가 막판에 패배했다. 정치인의 '낙관론'과 기업인의 '신중론'을 잘 버무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은구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