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맥도날드 점포 앞 화단에 하얀 재스민꽃을 내려놓은 시민 류샤오바이를 중국 사복 경찰들이 끌고가는 모습이 AP통신을 통해 세계에 타전됐다. 비슷한 시간 상하이 시청 인근 허핑잉두 건물 앞에서도 경찰들에게 잡혀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로이터통신 등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 두 곳은 미국의 보쉰이란 인터넷사이트(peacehall.com)가 '일당독재 종식'과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재스민혁명' 시위를 이날 열자고 촉구하며 제시한 13개 지역에 해당하는 곳들이다.

지난 17일 이 메시지를 띄운 이 사이트 중문판은 해커 공격을 받아 19일 다운됐다. 시나닷컴의 중국판 트위터인 마이크로블로그에선 중동 민주화 시위 관련 토론이 금지된 데 이어 재스민을 뜻하는 중국어 '茉莉花(모리화)'란 단어가 들어간 메시지도 접속이 차단됐다. 항저우의 한 네티즌은 재스민혁명 소식을 전했다는 이유로 6시간 조사를 받았으며 베이징의 인권 변호사 장톈롱을 비롯 청두의 유명 블로거와 상하이의 인권변호사 등도 잇따라 구금됐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중동발 민주화 시위인 재스민혁명이 중국에 상륙할 조짐을 보이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성(省)과 부처급 주요 간부들을 상대로 토론회를 열고 인터넷에 대한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후 주석은 베이징 중당당교(黨校)에서 연 사회관리 주제토론회에서 8가지 의견 가운데 하나로 "인터넷 관리를 한 단계 강화하고 가상사회 관리 수준을 높여 인터넷의 여론형성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네티즌은 4억5000만명에 이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사회를 본 이 토론회에는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참석했다.

후 주석은 "국내외 정세의 새로운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회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게 이번 토론회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장기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민주화 시위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이달 들어 네 차례 연속 사회안정을 위한 분배개혁을 촉구하는 시론을 시리즈로 게재하는 등 저소득층 끌어안기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인터넷에 유명 당간부 자녀들 간의 열애설이 확산되며 사회지도층에 대한 비판여론이 형성되는 등 사회불만 차단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의 8대 혁명원로 가운데 한 명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손자이자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의 아들과 같은 8대 혁명 원로인 천윈(陳雲) 전 부총리의 손녀이자 천위안(陳元) 중국국가개발은행 회장의 딸이 연인 사이임을 보여주는 사진 400여장이 떠돌면서 네티즌 사이에 부(富)와 권력의 세습 비판론이 제기됐다. 이 둘은 모두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련 사진은 19일부터 중국 인터넷에서 삭제되기 시작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