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부산2저축은행과 목포 보해저축은행 등에는 휴일인 20일에도 불안한 예금자들이 찾아와 은행 측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산2저축은행 본점에는 영업정지가 내려진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도 일부 예금자들이 "우째 이런 일이.정부는 도대체 뭐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아침 뒤늦게 추가 영업정지 소식을 접한 부산2저축은행 고객들은 부산 덕천동 본점과 남천동,해운대,충무동 등 4개 지점에 찾아와 해명과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정문에 영업정지 안내문만 내걸은 채 셔터문을 내린 상태였다. 이들 지점에는 80~100여명의 경찰과 경찰버스가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틀간 남천동 지점을 찾아오고 있다는 김성희 씨(57)는 "4월1일 딸 결혼식 때 사용하려고 8000만원을 맡겨 놓았는데 직원들이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했다. 다음 주에 돈을 준다고 해서 돌아갔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울먹였다.

지역경제 악영향을 우려하는 여론도 비등했다. 부산시 수영구 신철민 씨(52 · 보험영업)는 "과거 파이낸스 사태가 발생해 부산 경제가 한동안 비틀거렸는데 또다시 정부가 승인한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 당하니 지역 생활경제가 제대로 돌아갈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의 부산 고객만 해도 15만명을 넘고 예금을 보호받을 수 없는 5000만원 이상 예금 규모가 2000억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향후 심각한 후유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다른 저축은행들도 영업정지사태가 또 터지자 불똥이 튈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일임에도 회사에 나왔다는 저축은행 한 임원은 "더 이상 영업정지는 없을 것으로 믿고 고객들을 겨우 달래 돈 찾아가는 것을 막았는데 하루 만에 또 이런 사태가 터지니 말문이 막힌다"며 "영업장이 문을 여는 월요일에 고객들이 몰려들지 않을까 회사 가기 겁난다"고 걱정했다.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목포시 대안동 보해저축은행에도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예금자 수십여 명이 굳게 닫힌 철문을 두드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은 이날 비상근무 중인 일부 직원과 예금보험공사 직원들로부터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이상의 예금에 대해서도 보해 전 계열사가 나서 책임지겠다'는 은행 측 방침을 전해들었으나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동수 씨(65 · 목포시 죽교동)는 "36년 공직생활로 받은 퇴직금 2억원을 맡겨 이자수입으로 생활해왔는데 이마저 끊긴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며 "며칠 전 인출사태 때도 아무 일 없다는 말만 믿고 발길을 돌린 게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행 측은 고객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21일과 22일 한국은행 목포지점 앞 KT건물에서 오전 10시부터 하루 네 차례씩 예금 가지급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자산 규모 1조원대의 보해저축은행은 여신 1조, 수신 9200억원의 전남지역 최대 저축은행으로 목포 본점과 광주광역시 치평동 지점을 두고 있다.

부산=김태현/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