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집권 여당 민주당의 최대 계파를 거느린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과 간 나오토 총리가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간 총리가 정치자금 의혹으로 기소된 오자와 전 간사장의 탈당을 압박하자 오자와 계파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며 간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양측의 충돌이 격화될 경우 분당 또는 국회해산 후 총선거 실시 가능성도 있다.

간 총리는 오자와 그룹을 중심으로 자신에 대한 퇴진론이 확산되자 지난 19일 "소비세 등을 인상하기 전엔 반드시 국회해산 후 총선거를 실시하겠다"며 '국회해산'을 언급했다. 18일엔 정국 혼란과 관련,"무엇이 국민을 위해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회해산 가능성만큼은 강력히 부인하던 것에서 자세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일본 정치에서 총리는 정국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때 국회해산 후 총선거를 실시해 의회 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만약 지금 총선거를 실시하면 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는 낙선할 가능성이 크다. 간 총리는 "나를 흔들면 당신들도 의원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반격한 셈이다.

일각에선 총선거에서 오자와파가 이탈할 경우 민주당이 지금처럼 중의원 3분의 2 의석을 얻지는 못해도 제1야당인 자민당보다 약간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간 총리는 이를 통해 오자와파를 몰아내고 다른 당과 연립정권을 구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

다만 이는 간 내각의 한 축이자 차기 주자들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당 간사장,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 그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만약 이들 중 어느 한쪽이 오자와파와 손을 잡거나 이탈하면 정계개편 구도는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와타나베 고이치로 중의원 등 오자와를 지지하는 비례대표 16명은 한국의 원내 교섭단체에 해당하는 '회파'를 별도로 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의 설득을 뿌리친 뒤 18일 실제로 기존 회파를 이탈해 '민주당 정권교체에 책임을 지는 모임'을 결성하고,별도 사무실도 마련했다.

이들은 표면적으론 간 총리가 정권 교체 때 내걸었던 공약을 어기고 소비세 인상,고속도로 무료화 철폐 등을 추진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실제는 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이 오자와 전 간사장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정면 반발한 것이다.

오자와파의 다른 의원들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쓰이 와키오 국토교통성 부(副)대신(차관) 등 약 10명은 국회에서 만나 "간 총리가 국회를 해산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교환했다. 나카야마 요시카쓰 경제산업성 정무관 등은 18일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을 만나 "2009년 정권 공약이라는 원점으로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집단 반발한 16명과의 연계는 부정했지만 "간 내각이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라고 밝히는 등 '반(反) 간 나오토' 노선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 日 소비세논쟁

간 나오토 총리는 현행 5%인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10% 정도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성적인 재정적자 타개책이다. 간접세인 소비세 인상은 안정적이면서도 효과가 큰 증세 방안이다. 간 총리는 조세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소비세 인상에 따른 증세분은 사회보장 예산에만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 오자와 그룹은 정권 공약에 어긋난다며 반대해왔다. 2009년 정권 교체 때 민주당은 소비세 인상은 향후 4년간 논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