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채권 매도공세가 수그러들고 있다. 아직 본격 '사자' 전환을 기대하긴 이르지만 지난주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이 소폭 증가세로 반전했다. 채권시장에도 저가 매수세가 형성되면서 작년 12월부터 나타났던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탈은 일단락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주일 새 7654억원 늘어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 6865억원(결제기준)을 빼갔다. 지난 18일까지 2조5385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지만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대거 상환해 금액기준으로는 순유출을 기록한 것이다. 작년 12월 5조3017억원,지난달 4417억원에 이어 이달(2448억원)까지 석 달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은 작년 한때 80조원을 넘었다 작년 말 74조원으로 급감한 뒤 지난 11일 72조9200억원까지 줄었다. 그러나 17일엔 73조6854억원으로 일주일 새 7654억원 증가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4%를 넘어서면서 일부 외국인들이 3년물과 5년물을 중심으로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썰물처럼 빠졌던 태국 자금의 유출액이 지난달엔 2000억원대로 줄어드는 등 급한 자금은 대부분 회수가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선물도 매수세 붙어

채권금리의 단기 급등으로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세력이 늘면서 이달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 포지션이 3년 만에 처음 매도 우위로 돌아섰지만 지난 18일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전했다.

국채선물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선물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미리 선물을 팔았다 떨어진 가격에 되사 차익을 올릴 수 있다. 외국인은 선물 누적 매도 포지션을 지난 17일 2만계약까지 쌓았지만 18일엔 5000계약가량을 순매수했다. 문 연구원은 "금리가 연 3.9%대에서 제자리걸음하면서 추가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이 쇼트커버(매도 후 재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본격 '사자' 전환은 아닌 듯

단기적으로는 저가 매수가 이어질 수 있지만 본격 '사자'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이사는 "아직 신흥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고,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되고 있다"며 "올해 외국인의 채권 매수는 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 움직임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세 차례 정도 더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한박자 쉬면서 매수기회를 타진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최 이사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한국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채권형펀드의 자금 유입이 쉽지 않다는 점도 매수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