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남기춘 前 지검장의 '스무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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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수사 간섭을 한 게 아닌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거죠." "이 기회에 속시원히 말씀해보시죠.후배 검사들을 위해서라도." "후배 검사들도 다 알고 있는 건데요,뭐."
20일 오전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은 법무부의 '한화 수사 간섭' 의혹에 대해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스무고개'를 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발언은 수사간섭이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됐지만,물음표를 거두기에는 불분명했다.
'후배 검사들도 다 아는 내용'이라면서도 법무부가 실제로 수사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통화 내내 담담한 어투로 "말하기 부적절하다"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한화그룹의 전 재무총책임자인 홍동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말도록 서부지검에 압력을 넣었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피했다.
법무부가 "일선 검찰청에 수사지휘를 한 사실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의혹이 가시지는 않았다. 현행 검찰청법 8조에서는 법무부 장관은 특정 사건에 대한 지휘를 반드시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언론 보도사건 중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법령상 일선청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정보보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법무부의 업무이고,수사에 간섭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남 전 지검장은 기자와의 통화후 해외로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둘러싼 외부압력설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 전 지검장은 한화 수사를 진행하면서 언론 등을 통해 '과잉 수사'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수사 간섭 의혹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상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검찰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 장관이 위법한 지시를 내렸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사실이 없다면 법무부 장관의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 홍동욱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법원이지 법무부가 아니다.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남 전 지검장의 용단이 필요해 보인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20일 오전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은 법무부의 '한화 수사 간섭' 의혹에 대해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스무고개'를 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발언은 수사간섭이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됐지만,물음표를 거두기에는 불분명했다.
'후배 검사들도 다 아는 내용'이라면서도 법무부가 실제로 수사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통화 내내 담담한 어투로 "말하기 부적절하다"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한화그룹의 전 재무총책임자인 홍동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말도록 서부지검에 압력을 넣었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피했다.
법무부가 "일선 검찰청에 수사지휘를 한 사실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의혹이 가시지는 않았다. 현행 검찰청법 8조에서는 법무부 장관은 특정 사건에 대한 지휘를 반드시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언론 보도사건 중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법령상 일선청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정보보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법무부의 업무이고,수사에 간섭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남 전 지검장은 기자와의 통화후 해외로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둘러싼 외부압력설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 전 지검장은 한화 수사를 진행하면서 언론 등을 통해 '과잉 수사'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수사 간섭 의혹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상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검찰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 장관이 위법한 지시를 내렸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사실이 없다면 법무부 장관의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 홍동욱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법원이지 법무부가 아니다.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남 전 지검장의 용단이 필요해 보인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