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신발 메카'…첨단소재·R&D센터 속속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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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켜는 신발산업 (上)
생산·수출 저점 찍고 성장세
아셈스, 필름형 접착제 개발
年 매출 100억대로 고속 성장
생산·수출 저점 찍고 성장세
아셈스, 필름형 접착제 개발
年 매출 100억대로 고속 성장
"점점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신발이 사양산업이라는 건 잘못된 평가죠."
지난 18일 부산 신평장림공단에 위치한 신발용 접착제 업체 아셈스의 신용형 상무는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신발용 소재나 부품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인체에 무해한 필름형 접착제.최근 바느질을 하지 않아 착용감을 향상시킨 '노소(no sew)'신발이 인기를 끌면서 아셈스의 매출도 덩달아 급상승하고 있다. 2003년 설립 당시 800만원에 불과했던 이회사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100억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올해는 1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신 상무는 "우리 제품은 열만 가하면 제품을 접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프로스펙스 르까프 등 국내 브랜드는 물론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메이커에도 납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신발산업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1991년 3조9000억원이던 국내 신발산업 생산액은 2005년 1조7000억원에서 저점을 찍은 후 2008년 2조원 규모로까지 회복했다. 2009년 경제위기로 주춤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하며 완연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이 즐비하던 '신발 메카' 부산에서 신발 부활의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로 옮겨간 OEM 공장의 빈 자리엔 첨단 부품 · 소재업체와 디자인센터들이 들어서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부산 녹산산업단지에 100여곳의 완제품 및 부품 업체,기술 개발 지원기관 등이 입주해 신발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연구 · 개발(R&D) 기반의 강소기업들이 신발산업 중흥의 주역이다.
김승희 부산상의 조사팀장은 "코젠트,린 등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태광실업 화승 등 국내 중견 OEM 업체들이 해외 공장에서 필요한 고급 제품 부품을 국내에서 주문하는 덕분에 부품과 원자재 수출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올 1분기 업종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도 신발은 200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워킹화 등 기능성 신발의 인기도 신발산업 성장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기능화 시장 규모가 2005년 500억원에서 올해 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타필드'라는 브랜드로 기능성 신발을 만드는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는 "국내 기능성 신발의 성장 기반이 부산의 신발 R&D센터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신발산업이 재도약하려면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만의 '바오청'은 신발 OEM만으로 연 매출 5조원을 벌어들이고 있을 정도로 큰 시장이 형성돼 있는 만큼 우리도 전략적으로 신발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구영남 신발산업진흥센터 소장은 "글로벌 메이커 틈새에서 국내 신발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 금형 및 생산시설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신발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서는 톱 브랜드 확보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거나 휠라의 사례와 같이 해외 브랜드를 인수 · 합병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남윤선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