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들이 최근 들어 앞다퉈 내놓는 부동산 규제 조치가 되레 호적 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소득층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집 없는 서민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조치가 사회불안의 씨앗인 호적 차별 문제를 부각시켜 중국 당국을 딜레마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가 지난 17일부터 관내에 호적이 없는 외지인의 경우 5년 이상 베이징에서 세금 또는 사회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 한해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도록 규제한 것을 시작으로 상하이 광저우 난징 하얼빈 등 주요 도시가 잇따라 외지인의 부동산 구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 긴축 강화에도 가격 급등세가 꺾이지 않은 데 따른 행보다. 지난달 중국 70개 대도시 가운데 68곳의 부동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올랐다.

문제는 상하이 등이 주택 구매자의 호적과 혼인증명서 납부를 의무화한다는 것.대부분 도시의 이 같은 추가 규제 조치는 외지인의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매제한 기준보다 더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외지인이 1년이나 5년간 거주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팔 수도 없도록 했다.

왕전위(王振宇) 중국정법대 공공정책결정연구센터 부주임은 "이 부동산 규제 조치는 주거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외지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며 "호적 차별 소지가 있는 조치를 삭제해줄 것을 국무원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도 "베이징 부동산 규제 조치의 최대 결함은 호적을 활용한 데 있다"며 "이는 부동산 투자 이득을 호적이 있는 사람에게만 돌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후커우(戶口 · 호적) 제도를 통해 농촌 주민의 도시 이주를 제한해왔으나 조화사회 건설을 위해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