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한국인 질병탐구) 특정 나무·풀·버섯·차 의존 위험…절주·금연·균형잡힌 식사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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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우상복부 통증·체중 급감…피로감 심할땐 의사 상담을
조기발견땐 50% 이상 완치…늦으면 '6개월 시한부'
우상복부 통증·체중 급감…피로감 심할땐 의사 상담을
조기발견땐 50% 이상 완치…늦으면 '6개월 시한부'
C형 간염을 앓아온 최모씨(56)는 회사에서 2년마다 해주는 간단한 정기검진에서 간기능이 비교적 정상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별다른 추가검사 없이 지내왔다. 최근 우측 상복부가 불편해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를 해보니 간암이 생겼다는 진단이 나와 충격에 빠졌다. 만성 B형 간염 환자인 이모씨(48)도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내과에서 정기적으로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받아오던 중 2㎝ 크기의 초기 간암이 발견됐다. 수술 없이 고주파열치료만으로 간암을 제거한 후 2년이 지난 최근까지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간암은 2008년 전체 남성 암 발생의 4위,여성 암 발생의 7위를 차지했다. 200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 남성 암 사망 원인 중 2위,여성 암 사망 중 4위가 간암으로 꼽혔다.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등 다양한 치료를 통해 50% 이상의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지만 치료 가능한 단계를 넘어 너무 늦게 발견되면 중간생존기간(median 수치)이 6개월에 불과한 무서운 질병이다.
간암이 생기기 쉬운 고위험군으로는 만성 B형 간염 환자와 보유자,만성 C형 간염 환자,간경변증 환자,다른 원인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간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등이다. 이런 사람들은 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보통 6개월 간격으로 알파태아단백질 검사(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경우에 따라서는 CT 촬영)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간섬유화 정도를 파악하는 간섬유화스캔검사가 유용한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간은 각종 염증으로 인해 딱딱해지는 섬유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이 아주 심해지면 간경변이라고 한다. 간섬유화스캔검사는 초음파가 간을 통과해 다시 돌아오는 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간섬유화 및 간경변이 진행될수록 간의 탄성도(딱딱함)가 높아지면서 그 속도도 같이 올라가게 돼있다. 간섬유화나 간경변은 조직검사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지만 출혈 등 부작용이 크고 반복적으로 검사하기 어려운 게 한계다. 간섬유화 스캔검사는 비침습적이며 조직검사만큼 정확하고 반복적으로 검사할 수 있어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암의 치료법은 크게 수술적 요법과 비수술적 요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수술적 요법에는 부분 간 절제술 (보통 말하는 '수술')과 간이식이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초기에 발견돼야 가능하다. 간 절제술은 주로 복강경 시술을 통해 암세포를 떼내는 것으로 90%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간이 건강하고 암 크기가 2~3㎝ 이하이며 중요한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여야 수술에 적합하기 때문에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간 이식 역시 65세 이하이고,전신 질환이 없어야 하며,암 크기가 3㎝ 이하이면서 개수가 3개 이하여야 한다는 여러 한계점이 있다. 고가의 비용 말고도 장기 제공자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 간 이식술의 큰 걸림돌이다.
비수술적 요법에는 고주파 열치료,경동맥 화학색전술 (이른바 '혈관 치료' 혹은 간단히 '색전술'),전신 항암요법,방사선 치료 등이 있다. 간기능이 나쁘거나 고령 또는 건강이 나빠 수술받기 어려운 경우에 선택한다.
고주파 열치료는 간암 내로 주입된 주사 바늘을 통해 전극을 삽입하고 전류를 흐르게 해 이때의 고주파열로 간암조직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시술 기간이 짧고,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적으며, 종양 조직의 성분이나 혈관 분포와 무관하게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종양의 크기가 작고 초음파에서 잘 보이는 경우에만 시술이 가능한 단점이 있다.
알코올 주입법은 간암 내로 주입된 주사 바늘을 통해 종양 안에 알코올을 주입, 간암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간암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적은 경우에 고려할 수 있다. 간 기능이 좋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름 3㎝ 이하인 암과 3개 이하의 경계가 분명한 암인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한계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은 대퇴부 동맥에 가는 관을 삽입, 간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간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류를 차단해 정상적인 간 조직의 손상을 줄이면서 암 조직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간암의 크기가 작고,소수인 경우 수술적 치료에 견줄 만한 효과를 보인다.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주로 시행된다.
항암치료는 효과가 다른 암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다만 올해부터 기존 세포독성제 항암제와 달리 정상적인 세포에는 영향을 덜 주면서 간을 포함한 전신의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다중표적항암제 소라페닙(바이엘헬스케어의 넥사바)에 제한적으로 건강보험급여가 이뤄져 더 나은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암이 생길 위험이 높은 집단에 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국내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B형간염을 예방하기 위해 간염 항체가 없는 사람은 예방백신을 맞아야 한다. 특히 신생아 접종은 필수적이다. 다른 사람과 칫솔 · 면도기 · 손톱깎기 등을 같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음주를 삼가고 금연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균형잡힌 식단을 꾸려야 한다. 만성 간질환 환자로 판명됐다면 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우상복부에 통증이 생기거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거나(6개월 동안 10% 이상 감소),피로감이 심해지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간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흔하며 증상이 있더라도 기존의 간질환 증상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한다.
간암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 중 가장 흔한 게 식사요법에 관한 것이다. 좋은 음식만으로 간암을 완치시킬 수는 없다. 어떤 특정 음식이 간에 좋다고 해서 거기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흔한데 소화에 지장이 없는 한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다만 복수가 차거나 간성 혼수가 있으면 의사와 상의해 염분이나 단백질을 제한해야 한다. 주위의 특정 나무 · 풀 · 버섯 · 차 등이 간암환자에게 특효가 있다며 권장된다. 그 가짓수는 너무도 많으나 효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때로는 부작용으로 치료과정에 방해를 준다. 이런데 의존하다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수도 상당수임을 환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유병철 <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