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G20 재무장관 회의'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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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이 재무장관 회의에서 53개의 장황하고 모호한 문장으로 된 코뮈니케(공동선언문)를 발표했다. 입장이 다른 회원국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합의문이 되다보니 회원국이 선언문을 편한 대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놨다. "(월스트리트저널) "G20에서 한국의 중재역할이 다시 한번 빛났다. "(기획재정부)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이 회의에 대해 우리 정부는 "경상수지 불균형을 판단하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2단계 접근법에 합의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했다"며 "의장국인 프랑스는 한국과 중국이 '말이 통하는 나라'로 생각하고,중국은 한국이 G20에 영향력이 있는 것을 노려 우리에게 지지를 요청해 왔다"며 자기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당초 주요 외신들이 회원국 간 첨예한 의견차로 △글로벌 불균형 △환율 △기축통화 등 주요 이슈에서 합의를 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망했던 것에 비하면 이 같은 정부의 자평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외신의 반응은 정부의 발표와 온도차가 적지 않다. 의장국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장미는 장미다'는 말이 장미를 지칭하는 것처럼,합의 문구는 써 있는 그대로를 의미한다"며 모호한 말로 회의결과를 평했다. 프랑스 르몽드도 "G20의장국 앞에 놓인 첫 장애물을 간신히 넘었다"며 "기술적인 문제에 합의하기도 이렇게 힘든 것을 보면 앞으로 (의장국인) 프랑스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고 촌평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서울회의 때보다 미세한 진전은 있었지만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외환보유 문제를 놓고 중국과 서방국의 이견이 컸다"고 강조했다.
"외교관의 '예(yes)'는 '아마도(maybe)'를 의미한다"는 말이 있다. 의례적인 수준의 합의문에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자화자찬적 해석을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인사치레 말보다는 본질에,겉으로 드러난 작은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과제에 눈을 돌릴 때가 아닌가 싶다.
김동욱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이 회의에 대해 우리 정부는 "경상수지 불균형을 판단하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2단계 접근법에 합의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했다"며 "의장국인 프랑스는 한국과 중국이 '말이 통하는 나라'로 생각하고,중국은 한국이 G20에 영향력이 있는 것을 노려 우리에게 지지를 요청해 왔다"며 자기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당초 주요 외신들이 회원국 간 첨예한 의견차로 △글로벌 불균형 △환율 △기축통화 등 주요 이슈에서 합의를 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망했던 것에 비하면 이 같은 정부의 자평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외신의 반응은 정부의 발표와 온도차가 적지 않다. 의장국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장미는 장미다'는 말이 장미를 지칭하는 것처럼,합의 문구는 써 있는 그대로를 의미한다"며 모호한 말로 회의결과를 평했다. 프랑스 르몽드도 "G20의장국 앞에 놓인 첫 장애물을 간신히 넘었다"며 "기술적인 문제에 합의하기도 이렇게 힘든 것을 보면 앞으로 (의장국인) 프랑스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고 촌평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서울회의 때보다 미세한 진전은 있었지만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외환보유 문제를 놓고 중국과 서방국의 이견이 컸다"고 강조했다.
"외교관의 '예(yes)'는 '아마도(maybe)'를 의미한다"는 말이 있다. 의례적인 수준의 합의문에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자화자찬적 해석을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인사치레 말보다는 본질에,겉으로 드러난 작은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과제에 눈을 돌릴 때가 아닌가 싶다.
김동욱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